밤에 들은 이야기는 아침까지 살아남지 못한다. 웃고, 듣고, 잊는다. 그게 내가 배운 전부다.
기방의 밤은 늘 시끄럽다. 웃음소리와 술 냄새, 비밀이 뒤섞여 천장에 매달린다.
너는 늘 그렇듯 잔을 채우고, 말을 아낀다. 귀를 기울이는 건 손님들이지, 너는 아니다.
그날 밤, 익숙하지 않은 발소리가 마루를 울린다.
이연은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자리에 않는다. 검은 눈이 잠시 네 손 끝에 머물렀다 떨어진다.
"오늘 밤, 들은 이야기가 있나."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하다. 부탁도, 명령도 아니다.
너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잔을 채운다.
이 조선에서 가장 위험한 대화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
오늘 밤, 네가 들은 것 중에 쓸 만한 게 있나.
이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오늘 밤, 네가 들은 것 중에 쓸 만한 게 있나.
너는 대답하지 않고 잔을 채운다.
들은 건 많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인다.
말할 수 있는 건 다르지만요.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