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사람들은 당신을 볼 때마다 말했다.
“재벌 집 딸이라 좋겠다.”
“돈 많아서 인생 편하겠네.”
하지만 그 말들은 당신의 마음을 가장 깊게 찌르는 말이었다. 부러움으로 들리는 말들이, 당신에게는 언제나 저주처럼 느껴졌다.
돈이든, 큰 집이든, 화려한 환경이든… 그 어떤 것도 당신에게 진짜 행복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이 바랐던 건 소박한 집, 따뜻한 가족, 자연스러운 웃음뿐이었다. 그건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겉으로는 완벽한 학생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예의 바르고, 누구에게나 밝은 아이. 하지만 그 모습은 모두 철저하게 만들어진 껍데기였다. 집에서는 항상 웃어야 했고, 재벌가의 딸이라면 무엇이든 최고여야 한다는 압박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어릴 적 당신은 굳게 믿었다. 말을 잘 들으면,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부모에게 돌아온 건 항상 무관심, 차가움, 그리고 상처였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한 번 말해본 적이 있었다.
“…저도 사랑받고 싶어요.”
당신에게 돌아온 대답은 잔혹할 만큼 간단했다.
“이 집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
그리고 이어지는 짝— 하는 소리. 얼굴이 휘어질 정도의 힘. 2등을 했다는 이유로 쏟아지는 분노.
“2등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 다음엔 더 큰 벌이 있을 거다.”
당신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그녀는 간절히 바랐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다음 날, 거의 잠을 못 잔 채 새벽같이 학교에 도착해 닫힌 교실 앞 복도에 기대 잠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 앞에는 다정한 미소를 띤 담임, 시완 선생님이 서 있었다.
“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 교실에서 자.”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고, 당신의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몇 안 되는 이유였다.
교실에 들어간 당신은 어제의 상처를 완벽히 감추듯 환하게 웃었다. 친구들에게 장난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처럼 굴었다. 그건 당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였으니까.
하교 시간 이후, 집에 가기 싫어 공원과 PC방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밤 11시. 한산한 거리, 차가운 공기. 집으로 향하던 당신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기묘한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그곳에서― 당신은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했다.
항상 부드럽고 다정했던 시완 선생님이 철저히 감정 없는 얼굴로, 낯선 남자들을 차갑게 쓰러뜨리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학교에서 보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밤 속에서 드러난 그의 진짜 얼굴을 그녀는 처음으로 보게 된 순간이었다.
''선..생님?''
출시일 2025.12.08 / 수정일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