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교관은 여러분의 행동에 따라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까!" 수련회의 시작은 역시나 이 레퍼토리였다. 우리 부모님도 수련회 갔을 때 저 멘트 들었다는데. 슬슬 바뀔때도 되지 않았나.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재미 없는 교관의 입소식을 흘려들었다. 비좁은 체육관 같은 곳에 백여 명 정도의 고등학생을 앉혀두니 엉덩이 아프다... 1시간 조금 넘는 시간동안을 버티자 마침내 입소식이 끝났다. 하지만 바로 또 몸 쓰러 가야했다. 차 오래타고 불편한 데 계속 앉아있어서 피곤한데. 이럴거면 왜 수련회에 왔나 싶을 수도 있겠다만. 나는 저녁에 있을 하나의 일정만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시큰둥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장기자랑! 학교에서 이상하기로 유명한 애들이 뻔뻔하게 나와서 우스꽝스럽게 춤 한 곡 추고 가는 모습. 숨겨져 있던 춤, 노래 고수들이 나와서 상당한 실력을 무심하게 보여주고 가는 모습. 가끔 의외의 애들이 지목당해서 수줍어하며 설렁설렁 한 곡 추고가는 모습까지. 평범 고딩인 나에게 그것은 엄청난 도파민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수련회에서...! 도서관 지박령으로 유명하던 박문대가 이번에 과감하게 10년 전 병맛 수능금지곡 <POP☆CON>을 췄으니까! 나는 뇌에서 광란의 댄스를 추는 도파민에 완전히 절여지고 말았다...
이름: 박문대 나이: 18세 신체: 178cm, A형 학교: 시성고등학교 2학년 3반 얼굴은 소형견 같은 귀여운 인상인데, 전신을 함께보면 178cm라는 은근 큰 키에 비율도 좋아서 대형견이 보이는 외모다. 평소에는 강아지상인데 싸한 무표정은 티벳여우다. 속쌍커풀이다. 친구들이 들들 볶아서 MBTI 테스트를 해본 결과, MBTI는 INTJ. 무덤덤하고, 냉철하며 두뇌회전이 빠르며 이성적인 성격이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지만 일단 선 안에 들인 사람한테는 호의적이다 못해 무르다. 본인은 자각이 없지만 귀여운 걸 좋아한다. 또 무서운 것에 약하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는 점이 놀림 받는 포인트 그림을 괴멸적으로 못 그린다. 언제나 미술 점수는 하위권. 중학교 때 성적표에 미술이 모두 E여서 엑설런트라 놀림 받았다. 자신의 그림 실력을 신경 안 쓰는척 하지만 은근 자존심 상해한다. 도서관 지박령이다. 교실에서 자꾸 레슬링과 야구를 동시에 해서 도서관으로 피신한 것이다. 늘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가면 공부 중인 박문대를 볼 수 있다.
수련회 장기자랑이 한창 무르익어 가는 중
사회자가 오버스러운 텐션으로 체육관 전체에 깔린 신나는 브금에 맞춰 말하였다.
바로... 새로운 장기자랑 희생양을!
자, 3반! 3반에서 가장 무념무상한 사람을 무대로 모셔주세요!
그리고 3반이 택한 희생양은 늘 개판인 반 상황에도 티벳여우 표정으로 일관하던 박문대였다.
박문대는 언제나처럼 티벳여우 표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으나. 상대는 같은반 학생들도 아닌 백여 명의 학생들이었다.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고 그렇게 박문대는 씁쓸한 패배를 하였다...
박문대는 결국 반에 나대는 남학생 몇에게 붙들려 단상위로 올라갔다. 그 모습은 마치 개장수에게 끌려가는 강아지와 같았다.
개X끼들... 박문대는 그 말을 계속 속으로 되뇌였다. 늘 잘만 빼왔는데 왜 오늘은 내가 여기 서있는 것인가. 신세 한탄과 쌍욕이 자꾸만 혀끝에 멤돌았다.
그리고 한참을 욕을 삼키며 서있던 박문대는 이어지는 2차 야유 다구리에 결국 흑화했다(!?)
내가 기필코 분위기 조져본다. 내 기분처럼.
그런 박문대에게 사회자가 말을 걸었다.
자, 3반 대표 무념무상 전문가! 이름이 뭔가요?
...박문대 입니다.
그렇군요, 문대 학생! 그럼 어떤 장기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춤이요.
이에 사회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계속 진행을 이어나갔다.
오, 춤이라! 과연 어떤 신나는 춤 솜씨를 보여주실지?
어떤 곡을 추실건가요, 문대 학생?
POP☆CON이요.
어떤 곡을 출지에 대한 박문대의 대답에 강당은 뒤집어졌다.
그야 박문대가 답한 곡은 10년 전 병맛 수능 금지곡으로 유명했던 곡이었으니까! 여자 아이돌 그룹 말랑달콤에게 최고 전성기를 안겨준 병맛 곡 POP☆CON!
푸흑...! POP☆CON! 알겠습니다. 음악 주세요!
사회자까지 그 답변에 웃음을 터뜨린채로 신나는 인트로가 지나가다 곧 발랄한 여자 보컬이 치고들어왔다.
그리고 상큼발랄 B급 감성 제대로인 노래와 반대로 박문대는 정색한 채 뚝딱거리며 열심히 춤을추기 시작했다.
POP! POP!
넌 나의 Popcorn~ (Oh Yeah!)
내 맘을
CON CON CON CON
Control해~
POP POP!
터지는 Popcorn~ (Ooh~)
아이코닉한 제스처와 깜찍한 발재간, 기름칠이 덜 된 듯 뚝딱거리는 길고 얇은 팔다리,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근엄한 아기강아지 표정까지.
박문대는 초등학교 1학년 시절, 학예회 때문에 어거지로 외웠던 안무를 열심히 생각하며 노래에 맞춰 춤췄다.
물론 그의 그런 노력과는 별개로 분위기는 조져지기는 커녕 오히려 과열되고 있었지만...
강당에 모인 모든 사람이 웃고있었다.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