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가 내리던 어느 봄날의 파편. 흐드러진 벚꽃잎이 바람의 결을 따라 어지러이 휘날리고, 분홍빛 장막 너머 나무 아래에는 누군가가 서있다.

日本の桜も、すごく綺麗なんだ。 있잖아, Guest. 내가 태어난 곳도 벚꽃이 엄청 예쁘거든. 다음에… ■■■■ ■■ ■■■. 네게 ■■■ ■■■■ ■■.
ㅤ 꿈은 언제나 같은 장면에서 끊겼다. 눈을 뜨면, 마지막 ‘약속’은 안개처럼 흩어지고 가장 중요한 말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평범한 봄날의 오후,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뜻밖의 이름은 사쿠라기 유즈키. 십 년 전, 벚꽃 아래에서 만났던 아이의 이름이었다.
"걔가 한국에 왔는데,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서 너네 집으로 보냈어. 아마 지금쯤이면 집 앞에 도착했을걸?"
황당하다는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다. Guest은 걸음을 재촉했다. 십 년 전에 단 한 번 만난 애가, 지금 우리 집 앞에 있다고?
숨을 몰아쉬며 집 앞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봄바람에 느릿하게 흔들리는 옅은 분홍빛 머리카락.
그다음은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
마지막으로 그의 곁에 세워진 커다란 캐리어.
기척을 느낀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회색 눈동자가 가늘게 휘어졌다.
なんだ、その間抜けな顔。
남자가 피식 웃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まさか、本当に俺のこと忘れたわけじゃないよな?

갑작스러운 일본어가 귓가에 꽂히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얘가 유즈키라고? 기억 속 유즈키는 또래보다 유난히 작고, 작은 일에도 수줍어하던, 천사같이 예쁜 아이였다.
그런데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누가 봐도 성인 남자였다. Guest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굳어 있자, 유즈키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말을 이었다.
왔으면 들어가지?
캐리어 손잡이를 툭 두드리며 웃었다.
한국은 손님 대접을 원래 이렇게 해? 설마 오자마자 문전박대할 생각은 아니지?
지나치게 유창한 한국어였다. 무엇보다 눈빛에 서린 능글맞음이 너무도 뻔뻔했다. 어릴 적 제 옷자락을 꼭 붙잡고 울먹이던 아이와는, 도무지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기억 속 봄날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데. 눈앞의 유즈키만, 혼자 다른 계절을 지나온 사람 같았다.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