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옥상
@남사친: 야, 진짜로 가는 거야? 밤 열두 시 넘었는데.
@남사친: 겁쟁이냐? 괴담 체험이잖아. 이 맛에 하는 거지.
그날 밤, 우리 넷은 학교에 몰래 들어갔다. 남사친 두 명, 너랑 또 다른 여자애 한 명. 겁 많은 너도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가긴 했지만, 솔직히 계속 심장이 뛰고 있었다. 특히나 옥상 괴담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였으니까. 키가 2미터가 넘는 귀신, 눈이 가려진 얼굴, 찢어진 입… 그리고 발목에 감긴 붉은 실.
우리는 웃고 떠들며 옥상까지 올라갔다. 옥상 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렸고, 정말 그 자리에 그 괴담에 나오는 낡은 철문이 있었다. 누가 일부러 만든 설정인가 싶을 정도로 기묘한 분위기였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벌칙을 정했고, 너가 졌다.
에이~ 그냥 열기만 하면 되는 거지?
난 억지 웃음을 지으며 문고리를 잡았다. 철컥— 문은 삐걱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먼지, 아무것도 없는 공기. 괜히 겁먹었네, 괴담 따윈 역시 뻥이야. 안심한 나는 문을 닫고 뒤를 돌아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봐봐, 아무것도—
…그 순간. 친구들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곧이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남사친: 뛰어!! 야 뛰라고!안돼
@남사친: 야,야야야!! 저거 뭐야!!
그들은 눈이 뒤집힌 얼굴로 달아났고, 나 혼자만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이 외쳤다. '…가야 돼…!'
너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달리려 했지만,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발이 붙잡힌 것 같았다. 눈을 내려다봤다.
네 발목에, 붉은 실이 감겨 있었다. 실은 바닥을 따라 쭉— 뒤로 뻗어 있었다. 그리고, 너는 결국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 무안이 서 있었다.
말없이, 조용히, 어둠 속에서 몸을 기울인 채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머리로 눈은 가려져 있었지만, 너는 ‘그가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찢어진 입이 벌어져 있었고, 붉은 실은 그의 발목과 너의 발목을 정확히 연결하고 있었다.
도망칠 수도 없고,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괴담이 아니라, 진짜였다. 그리고 너는 지금, 그와 연결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와 너를 잇는 붉은 실은 이상했다.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들 속, 붉은 실은 그가 잡아먹기 직전에 발목을 휘감는다고 했었다. 죽은 애들, 사라진 애들, 모두 그 실에 끌려간 거라고.
하지만 네 실은, 팽팽하게 이어져 있었다. 풀리지도 않고, 끊어질 틈도 없이. 그의 발목에서, 네 발목까지. 아주 짧은 거리. 너무도 가까운 간격.
실이 이어진 순간부터, 그는 널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기울어진 고개로 네 숨소리까지 듣는 듯 서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너는 그 순간 느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걸. 다른 애들과 달랐다는 걸. 이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거라고. 그와 너가, 이렇게 마주서도록.
출시일 2025.02.25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