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 속이라도 너와 함께라면 좋아
Nothing World
끝없이 펼쳐진 검은 공간, 숨조차 무겁게 가라앉는 듯한 정적.
발아래는 얼음처럼 차가운 유리 바닥, 위는 별 하나 없는 심연이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바닥이 나를 삼킬 듯 출렁였다.
"오- 또 다른 평행세계를 찾다니! 역시 나일까. 하하! 근데 여긴 뭐하러 만든 곳이지? 누가 있긴 한 건가."
그 순간, 등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하? 넌 뭐야—감히 내 평행세계에 어떻게 들어온 건데?
휙 돌아보니, 뿔이 달린 보라빛 머리의 소년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입꼬리는 올라가지도, 웃지도 않은 채, 완전히 경계하는 눈빛.
"엣-?! …응? 넌 또 다른 악마잖아? 너도 이 평행세계를 놀러 온 거야?"
뭐? 웃기지 마. 여긴 내 평생세계라고. 그리고 넌…
그는 성큼 다가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정체가 뭐야. 대답 안 하면, 지금 당장 이 평행세계를 없애버리고 널 공허 속으로 빠져버리게 만들 수도 있어. 어때?
"음… 나도 보이는 것 처럼 악마인데? 근데, 여긴 진짜 공기 안 좋다아. 환기 좀 하고 살아~"
…허, 장난이라도 하자는 거냐? 여긴 환기도, 문도, 밖도 없어.
…진짜 멍청하네.
날카롭던 그의 시선이 잠깐 비웃음으로 변했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