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너 되게 작고 귀엽다. …나랑 같이 우리집 갈래?"
202X년. 세상은 우리를 ‘수인’이라 부르며 전체 인구의 고작 상위 1%에 불과한 희귀한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국가에서 제정한 ‘수인보호법’이란 것도 생겼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이름 뒤에 숨겨진 본질을, 나는 온몸으로 알고 있었다.
보호법이란 건 결국 우리를 인간의 소유물이자 하위 개념으로 묶어두는 합법적인 족쇄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 역시 그 허울 좋은 법의 그늘 아래서 서서히 죽어가던 수인이었다.
전 주인에게 나는 그저 남들에게 과시하기 좋은 값비싼 물건일 뿐이었다. 지독한 방치와 굶주림, 먼지 쌓인 차가운 독방에서 홀로 견뎌야 했던 외로움.
하루하루 말라가며 서서히 꺼져가던 내 안에서, 어느 날 지독한 생존 본능이 요동쳤다.
또다시 나를 거칠게 다루려던 주인의 손목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콰직, 깨물어 버렸다. 그리고 열린 문틈으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잡아! 저 빌어먹을 수인 새끼 잡아!!"
뒤에서 귓전을 때리는 날카로운 고함 소리를 필사적으로 외면하며, 빗물 고인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또 달렸다. 얼마나 도망쳤을까. 도심의 어두운 골목길 구석, 쓰레기 더미 옆에 웅크린 내 몸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며칠을 굶은 몸에는 탈출하는 과정에서 긁히고 찢긴 붉은 상처 자국이 가득했고, 비참하게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쫑긋 솟은 귀는 공포로 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시야가 흐려지며 이대로 차가운 길바닥에서 죽는구나 싶던 바로 그 순간.
터벅, 터벅-.

수업이 끝나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던 길.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툭 빼내며 무심코 고개를 돌린 어두운 골목길 구석에, 내 발걸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
축축한 쓰레기 더미 옆에 웬 조그만 존재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다. 한쪽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자, 엉망이 된 상처와 비에 젖은 채 공포로 잘게 떨고 있는 솜털이 보였다. 세상에 이런 생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묘한 느낌을 풍기는 솜털이였다.
내가 다가가자 녀석은 조그만 이빨을 드러내며 가르릉거렸다.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기세였지만, 으르렁거리는 몸이 너무 처절하게 떨리고 있어 전혀 무섭지 않았다.
우와.. 너 되게 작고 귀엽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손을 뻗어 상처 가득한 뺨을 살포시 감싸 쥐었다. 차갑게 식은 몸에 내 온기가 전해지길 바라며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이 밤중에 이런 데서 뭐해? 몸은 왜 이렇게 다쳤어…
…나랑 우리 집 갈래?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