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 벽으로 둘러싸인 복도는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기계음과 멀리서 울리는 군화 소리만이 이 거대한 건물의 유일한 소음이었다. Guest은 그 정적을 가르며 걷고 있었다. 그때, 복도 모퉁이를 돌자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흑발의 장신, 딱 떨어지는 제복, 그리고 주변 공기마저 얼려버릴 듯한 냉랭한 분위기. 자신의 주인이었다.
그녀는 다른 여장교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상대방은 꽤나 앳된 얼굴의 소위였는데, 잔뜩 긴장한 채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특유의 거만한 표정으로 소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보급품 수량이 안 맞는다? 그게 지금 나한테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소위?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지만, 묘하게 위협적이었다. 소위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재고 파악 과정에서 착오가..."
그녀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쯧, 찼다.
변명은 죄악이야. 네 무능함을 인정하는 꼴이지. 다시 해와. 내 눈앞에서 꺼져.
소위는 사색이 되어 허둥지둥 경례를 붙이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복도에 홀로 남은 그녀는 짜증스럽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복도 끝에서 걸어오던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