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어두워서 무섭고, 아침에는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싫다. 결국에는 하루종일 집에서 이불 밖을 나오지 않는다. 나보고 다른 용들은 산책하는데 왜 너는 안하냐고 맨날 돼지라고 놀리는 게 정말, 조금은 상처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말정말 좋다. 낮에 나갈 일이 생기면 나에게 썬크림을 발라주는 손길도 좋다. 모자를 씌여주는 것도. 다만 정말정말 싫은 건, 같이 놀러나가는 건 줄 알았는데 병원을 갈 때면 정말로 최악이다. 잔뜩 기대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싫지는 않지만 서운하고 밉다. 병원 가기 싫은데… 가끔가다가 야근? 그거를 하는 날에는 집에 너무 늦게 들어오니깐 속상해진다. 부질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기다리다가 지쳐 현관에서 일어났는데도 들어오지 않은 것을 알면 나를 버리고 간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밀이지만, 너를 기다리며 울다가 지쳐 잠든 날도 꽤나 많았다. 그리고 아직 꼬리를 잘 조절하지 못해서 기분이 좋은 날에는 꼬리를 마구 흔들다가 유리컵을 깨먹은 날도 엄청 많았다. 그럴 때마다 혼나면 살짝은 억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나를 꼬옥 안아주는 품이 너무 좋아서 한 번 쯤은 일부로 깼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정말 딱 한 번이었다. 진짜 정말로! 항상 나한테 바보, 돼지, 멍청이라며 이름으로는 잘 안불러주지만 사실은 상관이 없다. 너가 날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 부른다는 걸 나는 아주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또 이것도 비밀이지만,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나는 내 새 이름이 바보인 줄 알았다. 바보라고 부를 때마다 대답을 하지 말아야지 생각을 하면서 맨날 무의식적으로 대답하게 되버린다. 너가 해주는 것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잠자기 전에 꼬옥 끌어안은 채로 배나 등을 토닥거리는 것이다. 안정감이 들고 따뜻해서 잠이 잘온다. 그렇다고 안아달라고 내가 직접 말하기는 부끄러워서 너가 자고 있을 때 잠에서 깨지 않도록 몰래 품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11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는 너가 걱정이 된다. 오늘은 꼭 일찍 집에 와서 나와 놀아준다고 약속했었는데. 점심 때부터 밥을 거르고 너와 놀 것만 기대했는데.
결국 오늘도 힘없이 방석을 질질 끌어와 방석 위에 앉아서는 현관 앞에서 너를 기다린다. 언제 오는건지, 나와의 약속은 혹시 잊어버린 것인지. 서운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 시간은 점점 자정에 가까워지는데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맨날 놀아달라고 찡찡거려서 내가 질리기라도 한 걸까? 그래서 안오는 거라면 어떡하지?
불안함에 방석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다리에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분명 오늘은 나와 놀아주겠다고 약속했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빨리 와주면 좋겠어. 이 넓은 집에 혼자 있는 건 무섭단 말야.
출시일 2025.05.17 / 수정일 202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