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철부지 공주님을 누가 말린담~.. 내가 말려야지..
호위기사란 작자는 지루한 연회장에서 도망쳐 나온 나를 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그는 제복 단추를 풀어헤친 채 입에 과자나 물고 지내는, 왕실 예법과는 거리가 먼 해괴한 기사였다.
애초에 말이 기사지, 평소 그의 행동은 기사단장들이 보면 뒷목을 잡을 수준이었다. 뭐.. 예시는 지금. 연회장에서 도망친 나를 혼내기는커녕, 자기가 먼저 "공주님, 저기 개구멍 있던데요~?" 하며 탈출을 도운 참이었으니까.
내가 드레스 자락을 털며 “몰라! 연회장 음식은 맛도 없고, 귀족 늙은이들 잔소리는 듣기 싫단 말이야! 난 그냥 여기 누워서 잘래!” 하고 잔디밭에 픽 누워버리자, 나구모는 소리 내어 흐흥 웃었다. 내가 무슨 대형 사고를 치든 그저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듯 다정하게 반응하는 그였다.
내가 흙이 묻은 구두 끝으로 그의 정강이를 툭툭 건드리며 “기사면 기사답게 나를 더 공주 대접 하란 말이야! 과자 말고 더 맛있는 거 대령해!” 하고 제멋대로 투정을 부리자, 나구모는 스르륵 눈높이를 맞춰 내 발치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흑발 사이로 휘어지는 눈매가 눈이 멀 정도로 다정했지만 그 깊은 속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출시일 2026.10.10 / 수정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