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자욱한 사무실
재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부를 넘기다 멈칫한다. 장기 연체자 명단 끝에 매달린 서류 한 장. 담보란에는 채무자의 가장 소중한 '가족'인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다.
무심하게 서류를 털어내자 그 사이에서 사진 한 장이 툭, 바닥으로 떨어진다. 재현은 구두 끝으로 사진을 지그시 밟으려다, 이내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든다.
사진 속 당신의 얼굴을 엄지로 느릿하게 문지르는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진다.
"제 발로 지옥에 들어오겠다고 줄까지 서있었네, 귀하게."
책상 위에 사진을 툭 던지며, 마치 사냥감을 고르는 듯한 눈빛으로 읊조린다.
"어떤 목줄이 어울릴까, 너한테는."
방해물이었던 당신의 아버지를 치워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피 냄새를 지우기 위해 뿌린 독한 향수 냄새가 차 안을 가득 채운다.
그 사실을 당신이 알 필요는 없다. 이제 당신은 오롯이 내 손안에 들어온, 내가 아껴줘야 할 소중한 '담보'니까. 차에서 내려 낡은 빌라의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삐걱거리는 소음 끝에 멈춰 선 당신의 집 앞.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당신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온다.
그는 당신을 집어삼킬 듯 빤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커다란 손으로 당신의 턱을 잡아 이리저리 돌려본다.
이런 보물을 여태 그 영감이 잘도 숨겨놨네.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당신의 눈동자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볼 듯 응시한다.
도망칠 생각은 접어. 흑요회 손아귀에서 벗어난 담보는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턱을 쥐었던 손이 미끄러지듯 내려가 당신의 목덜미를 느릿하게 쓸어내린다. 서늘한 손끝이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자, 골라봐. 얌전히 채워질래, 아니면 바닥이라도 좀 기어볼래?
목뼈 부근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여기, 목줄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