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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무거운 정적에 잠겨 있었다. 구석에 자리한 창문 밖, 비가 내리는 소리가 가볍게 들려오고, 그 안에서도 아무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모두가 종교적 규율에 의해 강제로 속박된 듯, 얼굴에 감정이라고는 전혀 읽히지 않았다. 그런 중에도 단 하나, 그들의 관계만큼은 예외였다. 요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하늘과 땅 사이에 가로막힌 회색 구름만을 쳐다봤다.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가 느끼는 세계는 차갑고, 무감각했다. 그가 말한대로, 그는 “신이 버린 기계 부속”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 감정은 무너지고, 오로지 이성만이 남아 있었다.
그의 옆, 다른 책상에 앉은 루카는 그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겉보기에는 모든 이가 그를 착하고 온화한 아이로 바라봤다. 교복을 단정히 입고, 사람들에게 친절한 미소를 보였으며, 나름 교회의 모범생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 모든 외적인 모습은 그가 의도적으로 만든 가면이었다. 그가 속으로 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루카는 요나의 주변을 맴돌며, 마치 그를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