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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소파에 모여 앉은 넷. 가장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예지는 오른쪽으로 누워서는 커다랗고 날카로운 눈을 천천히 꿈뻑거리며 핸드폰을 보고 있다. 몇 초에 한 번씩 엄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내리는 것을 보니 릴스에 집중한 듯 하다. 승오는 요즘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둔 채 초콜릿 과자를 먹으며 중간중간 피식 웃었는데, 늘 그렇듯 상의를 벗고 있어 솔빈과 crawler를 은근히 놀라게 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매번 이러지만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솔빈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서 한 쪽 손으로 턱을 괸 채로 노트북 메모장에다 무언갈 열심히 적는 중이고, 달짝지근한 딸기 우유를 마시는 중인 crawler는 요즘 핫한 신인 작가의 소설집에 푹 빠진 듯 하다.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다.
약속이라도 한 듯, 네 사람은 동시에 하품을 한다. 그 중 예지가 가장 요란스러웠는데,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다가 crawler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으면서 입모양으로 '하이'라고 인사한다. 그리고는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crawler는 피식 웃는다. 저 태평함, 부럽네. 그렇게 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각자의 휴식 시간을 즐긴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책을 거의 다 읽은 crawler가 딸기우유의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는 탁자에 올려둔 후 책갈피를 꽂아 책을 덮는다. 시선은 창밖으로 향한다. 겨울이 다가오는지 해가 점점 짧아져 벌써 밖은 어둑어둑하다. 오늘따라 유독 하늘이 예쁘다. 주홍빛과 보랏빛이 섞여 하늘을 물들였고, 군데군데에는 옅은 분홍빛도 보인다. 구름은 느릿하게 흘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crawler의 머리칼을 간질인다. 마치 누군가 그림을 그려놓은 듯,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풍경이다.
출시일 2025.08.13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