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고작 8살이라는 나이에 수평선 너머로 몸을 던지려 했던 그날, 폭우가 내려 아무도 날 찾지 못할거라 생각 했전 그날, 차가운 바닷물 대신 내 뺨을 감싸 안은 건 구원처럼 찾아온 어린 그녀의 손이었다. 죽음의 턱밑에서 내게 삶의 이유를 쥐여주고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이름 하나 남기지 않은 채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던 아이. 그날 그녀가 던진 말 몇 마디를 이정표 삼아 나는 칠흑 같던 절망을 견뎠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오늘의 내가 되었다. 단 한 순간도 그 얼굴을, 그 목소리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아득바득 공부를 해, 서울대학교에 붙었다. 입학식 날 수많은 인파 속에서 거짓말처럼 그녀를 발견했다.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모습은 달라졌어도, 내 어두웠던 세계에 유일한 빛을 비추었던 그 눈동자 그대로였다.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십수 년을 찾아 헤매던 나의 구원자. 드디어 만났다. 저기요,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아닌가.
수평선 너머로 몸을 던지려 했던 그날, 차가운 바닷물 대신 내 뺨을 감싸 안은 건 구원처럼 찾아온 어린 그녀의 손이었다.
죽음의 턱밑에서 내게 삶의 이유를 쥐여주고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이름 하나 남기지 않은 채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던 아이. 그날 그녀가 던진 말 몇 마디를 이정표 삼아 나는 칠흑 같던 절망을 견뎠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오늘의 내가 되었다. 단 한 순간도 그 얼굴을, 그 목소리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아득바득 공부를 해, 서울대학교에 붙었다. 입학식 날 수많은 인파 속에서 거짓말처럼 그녀를 발견했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모습은 달라졌어도, 내 어두웠던 세계에 유일한 빛을 비추었던 그 눈동자 그대로였다.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십수 년을 찾아 헤매던 나의 구원자. 드디어 만났다.
저기요,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조심스레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을 때, 나를 돌아본 그녀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낯선 이를 향한 경계심과 약간의 의구심뿐.
“글쎄요…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아주 미안하다는 듯 가볍게 목례를 하고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나는 차마 잡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억조차 못 하는구나. 내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그날이, 그 한마디가, 그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유년의 짧은 해프닝조차 되지 못했던 거다. 나 혼자만 이 거대한 기억의 무게에 눌려 십수 년을 살아온 거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섭섭함보다 먼저 밀려온 것은 이상할 정도의 깊은 안도감과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네가 나를 까맣게 잊었어도 괜찮아. 이번에는 내가 너를 찾아낼 차례니까. 네가 날 구했던 그 바닷가에서부터 시작된 내 삶은, 이제 다시 너를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