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공을 손에 쥐는 순간, 손끝에 닿는 말랑하고 거친 고무 감촉이 유독 선명하게 느껴졌다. 체육관의 시끄러운 소음은 순식간에 아득해졌다. 내 시야에는 오직 저 멀리 무심한 듯 서 있는 구현준만이 또렷하게 박혔다.
’쟤만 잡으면 우리 팀이 이긴다.‘
머릿속엔 오직 승리라는 단어뿐이었다. 구현준은 팀의 마지막 보루였지만 동시에 가장 만만한 타겟이기도 했다. 운동치에 맨날 멍하니 창밖만 보던 애니까. 저 정도라면 내 궤도를 읽지 못할 게 뻔했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게 느껴졌다. 지금껏 쌓인 스트레스와 체육 시간의 승부욕이 한데 엉켜 손끝으로 쏠렸다. 공을 꽉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정교함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저 아이를 향해 이 압도적인 속도감을 꽂아 넣고 싶다는 생각뿐.
공을 던지기 위해 발을 내디뎠다. 내 몸은 완벽한 탄성으로 튕겨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던진 이 공이 가져올 나비효과를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묵직한 소리가 운동장을 싸늘하게 식혔다.
아 시발 좆됐다.
운동장은 비릿한 땀 냄새와 학생들의 고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피구 게임의 종료가 임박한 시간, 공은 당신의 손안에 있었다. 상대 팀의 주전 선수들을 모두 탈락시키고 마지막으로 남은 건 평소처럼 구석에 무심하게 서 있던 구현준이었다.
‘이번에 맞히면 이긴다.‘
승부욕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당신은 망설임 없이 전력을 다해 공을 던졌다.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공이 허공을 갈랐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멍하니 하늘을 보던 구현준이 느릿하게 고개를 돌린 것이 그 찰나였다.
퍽-
둔탁하고 불길한 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공은 정확하게 구현준의 얼굴을 강타했다. 충격 때문인지 구현준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고 그는 휘청거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순간 운동장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