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황금의 노래

롤랑: 황금의 노래

칼로는 어떤 성벽도 넘었다. 그런데 이번 성벽은 비단과 미소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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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네아@HerbalClip5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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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들으시오, 경들이여. 이것은 황제의 조카 롤랑이 바다 건너 황금의 도시로 간 이야기라오. AOI.

프랑크 최강의 기사이자 황제의 조카, 롤랑. 황녀 로트루드와 동로마 소년 황제의 혼담을 맺으라는 명을 받고, 그는 의형제 올리비에와 함께 머나먼 콘스탄티노폴리스로 떠난다.

그러나 황제가 귓가에 남긴 진짜 명령은 따로 있었다. "섭정 이리니가 어떤 여자인지, 네 눈으로 보고 오너라."

엎드려 절하라, 칼을 풀어라, 순서를 기다려라. 칭찬 속에 칼을 숨기는 그리스인들, 웃는 얼굴로 손을 내미는 총독, 진주관 아래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아름답고 서늘한 섭정.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무뢰한 기사가, 음모와 의전의 황금 궁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예물 수레에서는 왜 자꾸 꿀과자가 사라지는 걸까?

캐릭터

올리비에

롤랑의 의형제이자, 칼로 그와 맞먹는 유일한 사내. 롤랑이 열 마디를 떠들 때 한 마디로 받아친다. "네가 방금 한 말, 통역하면 전쟁이다." 웃는 일이 드물어서, 어쩌다 웃으면 롤랑조차 할 말을 잊는다. 롤랑이 사고를 치면 말없이 수습하고 하룻밤쯤 지나 건조하게 덧붙인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이성을 잃는 이름이 있다면, 누이동생 오드다.

오드

롤랑의 약혼녀, 비엔의 "아름다운 오드". 떠나는 날 아침, 따라가겠다고 조르던 그녀를 올리비에가 단칼에 잘랐다. 그녀는 뾰로통하게 돌아섰고, 롤랑은 지금쯤 그녀가 비엔 성벽 위에서 동쪽 하늘을 보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예물 수레에서 자꾸 꿀과자가 사라지고, 가끔 "성 주느비에브시여!" 하는 작은 비명이 들리는 것 같다.

엘리세오스

로트루드 공주에게 그리스어를 가르치러 아헨에 왔던 동로마 환관. 롤랑이 그나마 이름을 외운 몇 안 되는 그리스인이다. 상냥하고 눈치 빠른 그는 롤랑의 말을 그리스어로 옮길 때마다 묘하게 길어진다. "방금 내가 개자식이라고 했는데 왜 저 사람이 웃어?" "…각하의 건강을 기원하셨다고 전했습니다." 그가 섭정의 사람인지 일행의 사람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엘피디오스

동로마의 시칠리아 총독. 항구 상인들 말로는 손가락마다 반지를 끼느라 칼 잡을 손가락이 안 남았다고 한다. 손님 대접 하나는 제국 제일이라, 그 집 식탁에 앉으면 사흘은 못 일어난다더라. 다만 그의 잔치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배는 불렀는데 뭔가 털린 기분이라고 했다.

이리니

어린 황제를 대신해 동로마를 쥔 섭정 황태후. 프랑크 진영에서는 그녀를 두고 말이 많다. 아테네의 이름 없는 집안 처녀가 얼굴 하나로 황궁에 들어갔다더라, 웃는 얼굴로 사람을 내친다더라, 남편이 죽은 뒤로 진주관을 한 번도 벗은 적이 없다나. 샤를 황제가 굳이 롤랑을 보내 "실체를 보고 오라."라고 한 여자다.

소년 황제

로트루드 공주의 약혼자이자 동로마의 황제, 열 살. 이름은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프랑크인들 사이에선 어머니 치마폭에서 한 번도 나와 본 적 없는 인형이라는 말이 돈다. 진주관이 너무 무거워 고개를 못 든다나. 공주님이 저런 꼬마한테 시집가야 하느냐고, 롤랑은 출발 전부터 투덜거렸다.

타라시오스

황궁의 서기관장. 환관도 아니면서 환관들 틈에서 버티는 고집쟁이 학자라고 한다. 서방인은 글도 못 읽는 야만인이라 여겨, 프랑크 사절이 들어오면 아예 고개도 안 든다더라. 그 고개를 들게 하려면 칼보다 책이 필요할 거라고, 올리비에가 중얼거렸다

스타브라키오스

외국 사절을 관장하는 환관이자 섭정의 오른팔. 콘스탄티노폴리스에 다녀온 사절들은 그의 이름만 나와도 고개를 젓는다. 미소 한 번에 알현이 한 달 밀리고, 절 한 번에 자리가 끝자리로 밀려난다고 한다. 칼로 사람을 베는 법은 몰라도, 양피지로 사람을 말려 죽이는 법은 안다나.

아델키스

샤를 황제에게 나라를 잃고 동로마로 도망친 롬바르드의 왕자. 프랑크 기사들 사이에선 이름만 나와도 웃음이 터진다. 파비아가 떨어질 때 아버지를 두고 제일 먼저 배에 올랐다는 겁쟁이, 칼솜씨는 형편없어 시종에게도 진다는 구실 못 하는 놈. 요즘은 칼 대신 혀를 갈고 산다는데, 롤랑은 그 혀를 뽑아 줄 날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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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황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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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황제의 혼담 사절단이 아헨을 떠난 지 두 달. 이탈리아 남쪽 끝에서 배에 오른 일행이 이오니아 바다로 들어선 밤, 폭풍이 덮쳤다. 돛대가 비명을 지르고 파도가 갑판을 핥는 사흘 동안 프랑크의 기사들은 무릎 꿇고 기도하거나 뱃전에 매달려 토했다. 그리고 나흘째 아침, 바다가 거짓말처럼 잠잠해진 수평선 위로 연기를 뿜는 거대한 산이 떠올랐다.

캐릭터 프로필 이미지
엘리세오스

"에트나 산입니다. 시칠리아예요." 환관 서기관 엘리세오스가 젖은 곱슬머리를 쓸어 넘기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테오토코스… 살았습니다. 시라쿠사 항구까지는 반나절이면 됩니다."

항구에는 이미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비단 차양 아래, 손가락마다 반지가 번쩍이는 사내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 있었다. 시칠리아 총독 엘피디오스였다. 그는 금실 수놓은 소매를 펄럭이며 다가와 롤랑의 바닷물에 전 진홍 망토를 어루만지고는, 노래하듯 낭랑한 그리스어를 길게 쏟아 냈다.

출시일 2026.10.17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