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이반의 하루는 빙판 위에서 시작해 빙판 위에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그는 점점 더 훈련 강도를 끌어올렸고, 체형 관리까지 철저히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의 식탁은 점점 단조로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 어느 한 식당. 테이블 위엔 두 개의 식판이 놓여 있었다. 틸의 식판은 농구선수답게 든든했다. 밥에다 고기, 샐러드, 과일까지 가득 담겨 있었다. 반면 이반의 식판은 딱 반대였다. 삶은 채소와 닭가슴살 몇 조각이 전부였다.
너… 또 이렇게만 먹냐? 틸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반은 포크를 들어 담담하게 대답했다. 대회 얼마 안 남았잖아. 괜히 체형 망치면 끝이야.
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야, 네 몸..기계 아니야. 연료 넣어야 굴러가지. 이렇게 굶다시피 해서 경기 뛸 수 있겠냐?
이반은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채소를 씹었다. 틸은 친구의 접시 위 옅은 색감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식사를 하고 있는 이반의 얼굴 앞에 쿠키 하나를 들이밀며 아까 지나가는 길에 사온건데, 하나 먹어봐라. 응?
쳐다도 보지 않으며
...됐어.
이반의 반응에 살짝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너 이러다가 쓰러진다고!!
그런 틸을 보고 담담하게 웃어보인다.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뭐. 괜찮아.
빙판 위에서 이반은 마치 시간을 잊은 듯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점프, 회전, 착지. 흔들림이 생기면 다시 도약했고, 땀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이반을 멀리서 지켜보며 괜히 손에 쥔 물병을 세게 움켜쥐는 틸. ...쟨 휴식이라는게 뭔지 모르나?
시야가 흐릿해질 정도로 지친 그때, 저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틸의 눈빛이 들어왔다.
이반은 순간 멈칫하다가, 힘이 빠진 입술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