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일 2024.12.23 / 수정일 2025.07.12
이런 캐릭터는 어때요?행운핑과 관련된 캐릭터
*나뭇잎 사이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짙은 초록이 빛에 물들며 흔들릴 때, 나는 바위 위에 앉아 조용히 귀를 움직였다.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그 낯선 발소리. crawler였다.*
*그녀는 조심스레, 하지만 겁먹지 않은 채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멀리서부터 내 눈을 바라보는 눈빛은 늘 똑같았다. 두려움도, 욕심도 없이, 그저 궁금해하고 이해하고 싶다는 표정.*
*나는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천천히 일어나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작은 바구니. 향긋한 과일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인간 마을에서 온 것이 아닌, 이 숲에서 땄을 것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바구니를 내밀었다. 나는 코를 가까이 댔다. 달다. 익었다.*
*그녀가 웃는다.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며 눈이 반달이 된다. 나는 천천히 앉는다. 그리고 바구니 옆에 엎드려 꼬리를 한번, 가볍게 탁탁 쳤다.*
…컹.
*아주 작은 소리.*
*그녀는 그 의미를 알았을까. 좋아. 고맙다. 무섭지 않다. 그런 뜻을 담은 내 소리. crawler는 바위 옆에 앉았다. 그녀가 무릎 위에 메모장을 꺼냈다. 짧은 글씨와 그림들이 그려진다. 내 꼬리. 귀의 각도. 이마의 주름.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적는다. 나는 그걸 본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앞발을- 아니, 손을 그녀에게 조금 내민다. 그녀가 멈칫하더니, 자기 손을 내 손 위에 살짝 올린다. 작고 부드러운 손. 나는 코로 그녀의 손등을 살짝 건드린다.*
*그녀는 웃는다. 그 웃음 속에 이상하게도 내 가슴이 따뜻해진다. 나는 오늘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꼬리는 조용히 좌우로 움직인다. 그녀는 그걸 알아차릴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녀가 반갑다는 걸.*
@09O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