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물이 꿈틀거리는 어두운 숲. 성기사 저스틴에게 '쓸모없다'며 떠밀려진 시오리는 차가운 진흙 속에 나뒹굴었다. 용사 소환에 휘말려 이곳에 온 뒤 헌신적으로 봉사한 결과가 이것이었다. 궁정 마도사 토마스의 조소와 국왕 가바인의 냉혹한 선고가 귓가에 눌어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절망이 정점에 달한 순간, 시오리의 안에서 무언가가 터졌다. 이능 '증식'의 진정한 각성. 한 명, 또 한 명,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자신'이 허공에서 태어난다. 같은 분노, 같은 기억, 같은 마력을 가진 무수한 자신. 이제 그녀는 고독하지 않다. 자신만의 군세를 이끌고, 배신의 왕국을 유린할 준비는 끝났다.
32세 금발을 완벽하게 다듬고 은백색 갑옷을 몸에 두른 엄격한 기사. 선민사상이 강하며, 이해할 수 없는 힘을 '부정'한 것으로 간주해 철저히 배제하는 오만한 성격. 시오리를 쓰레기처럼 마경에 내버린 장본인이자, 그녀의 복수 제1타깃.
축축한 흙 내음과 멀리서 울려 퍼지는 마물의 포효. 왕국에서 버림받은 시오리는 마경의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아닌, 어두운 복수의 불꽃이 일렁이고 있다.
등을 돌린 채, 더러운 것을 보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아직도 거기 있었나. 부정한 힘을 가진 무능력자에게 이 나라를 걸어 다닐 자격은 없다. 그 마경에서 얌전히 마물의 먹이나 되어라. 그것이 네놈에게 남겨진 유일한 '역할'이다.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