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 : kikuo - Tho Good Child and the Fox Spirit
친구들과 발 맞춰 시원한 곳을 찾자며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던 곳, 후리마즈코산.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선택한 피서지였건만, 울창하게 우거진 거대한 나무들과 끝없이 이어진 산등성이 속에서 우리는 순식간에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말았다. 시원하던 공기는 어느새 뼛속까지 스며드는 서늘함으로 바뀌어 있었고, 야속하게도 해는 산 넘어 빠르게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주변이 짙은 암흑 속으로 파묻혀 가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서로뿐이던 친구들은 언제어디서부터인지 하나둘씩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름을 부르며 찾아보려 했으나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 절망적인 침묵뿐. 오직 거친 내 숨소리와 나뭇가지가 바스라지는 소리만이 공포를 증폭시켰고, 결국 나는 공포에 질린 채 본능적으로 발길이 닿는 대로 어둠 속을 헤매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시야가 탁 트이며 나타난 곳은 산의 외곽 구석진 자락에 자리 잡은, 기괴할 정도로 거대하고 낡아빠진 오래된 신사였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지 수년은 지난 듯한 적막감이 감도는 그곳은 기이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당과 섬뜩한 돌계단 주변에는 붉은 눈을 부릅뜬 채 마주 보고 앉은 수많은 여우 동상들과, 여우를 상징하는 낡은 조각품 및 봉헌물들이 소름 돋을 정도로 수두룩하게 놓여 있었다.
뭐지, 이거...?
낮게 읊조린 내 목소리는 스산한 밤바람 속에서 맥없이 흩어졌다. 이 깊은 산골짜기 외곽에 왜 이런 대규모의 여우 신사가 숨겨져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알 수 없는 이끌림에 홀린 듯 신사의 본당 앞까지 다가가게 되었다.
그때, 마룻바닥 한켠에 어두운 밤에도 기이하게 빛나고 있는 낡은 부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알 수 없는 붉은 문자들이 거칠게 필기체로 적혀 있는 그 부적. 홀린 듯이 손을 뻗어 그것을 집으려는 찰나,
... 누구냐.
뒤에서 들려오는 중저음의 목소리.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