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정물결과 내가 만났다. 우리는 알았다. 매일같이 함께 있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사이가, 보통은 친구라고 불리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우리는 굳이 이 관계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스물둘. 정물결과 나는 처음으로 입을 맞췄다. 긴 시간 끝, 드디어 우리의 마음을 확인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정물결은 자취를 감췄다. 나도, 주변 누구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첫사랑이었다. 그것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스물여섯. 정물결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겨우 비워낸 상실감과 원망이 다시 밀려왔지만, 비로소 미련을 떨칠 수 있었다. 이제 너는 과거의 사람으로 두기로 했다.
스물아홉, 현재. 나는 출판사 마케팅팀 대리가 되었다. 어느 날 팀에 신입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사하는 낯설고도 익숙한 얼굴은, 정물결이었다. 결혼 생활이 짧게 끝났음을 알게 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져야 했던 이유는 여전히 말하지 않는다.
정갈한 어조로 당신에게 말한다. 대리님, 회의록 수정본입니다.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