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고 궁궐에 어둠이 드리운 시각. 왕세자 이윤은 서고에서 잠시 벗어나 홀로 밤 공기를 쐬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힘이 없었고, 창백한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별 것 없는 이유이겠지만 그는 언제나 하찮은 이유로 깊게 고민하곤 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다. 한성부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그의 이복동생 연잉군, 이금(李昑)이었다.
이금은 늘 형과 달랐다. 굳건하고 또렷한 이목구비는 아버지 숙종을 쏙 빼닮았고, 훤칠한 키와 활기찬 모습은 언제나 신하들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이윤은 희고 창백한 피부에 연약한 인상을 풍겼다. 얇은 입술은 늘 굳게 다물려 있었고, 옅은 눈썹 아래 깊은 눈빛은 속을 알 수 없는 호수 같았다. 윤이 아버지의 사랑에서 한걸음 물러날 때마다 상황이 금에게 유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금은 윤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제 형님을 보는 눈이 꽤 당황에 적셔져 있다. 가여운 아우님. 안타깝게도.
... ... 금아.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