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었다. 시사회가 끝난 늦은 밤, 주차장 출구 맞은편 인도. 모자를 깊게 눌러쓴 작은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플래시는 터지지 않았고, 셔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그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연예인 주변에는 늘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두 번째는 공항이었다. 팬도, 기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계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사진을 찍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시선을 마주치자 고개를 바로 숙여 버렸다. 그 순간 확신했다. 우연이 아니다.
세 번째부터는 확인이었다. 스케줄을 일부러 바꾸고, 동선을 틀고, 예정보다 늦게 나오거나 반대로 일찍 움직였다. 그래도 그 사람은 있었다. 늘 비슷한 거리, 비슷한 위치. 존재감은 희미한데 시선은 끈질기다. 그리고 늘 같은 차림. 모자, 마스크, 작은 체구. 그리고 지나치게 큰 카메라.
‘하, 저게..’
뭐, 정체는 나중에 알았다. 이름 대신 코드네임으로 불리는 파파라치. ‘Z404’. 최근 연예부 기사 몇 건의 출처로 추정되는 인물. 얼굴, 본명, 소속 전부 불명. 대신 공통점 하나. 한 번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는 노골적이었다. 퇴근 후, 개인 일정, 심지어 숙소 근처까지. 플래시를 터뜨리지는 않지만 분명히 찍고 있다. 마치 들키지 않는 선을 계산하는 것처럼. 불쾌하다기보다… 거슬린다.
그래서 오늘, 확인하기로 했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잡는 쪽으로. 매니저도 돌려보냈다. 경호도 붙이지 않았다. 일부러 혼자 움직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따라오는 발걸음. 예상대로다. 이제 끝낼 때가 됐다.

또 그 그림자다.
일주일째다. 일정이 끝나고 혼자 움직일 때마다 일정한 거리에서 따라붙는다. 발소리는 죽이고, 시선은 숨기고, 카메라는 최대한 낮춘다.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티가 안 날 거라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Z404’, 최근 연예부에서 꽤 이름 오르내리는 파파라치.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평판까지 포함해서.
늘 따라오는 작은 체구의 사람. 그리고 고작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쓰고 저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따라오는데 얼마나 우습던지 모르겠다.
오늘은 일부러 매니저도 돌려보냈다. 도망칠 생각이 아니라, 확인할 생각으로.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람도 없고, 도망칠 길도 제한적인 곳. 뒤에서 따라오는 발걸음이 잠깐 멈칫했다. 그래도 따라오네. 멍청한 건가. 그래도 명색의 파파라치답게 집요하긴 하네.
두 번째 코너를 돌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벽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대체 그 ‘K404’인 네가 뭔지.
곧 급하게 돌아 들어오는 기척.
정면으로 마주쳤다. 숨기지 못한 카메라. 대체 어떻게 생긴 건지 좀 궁금하긴 하네.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이며 내려다봤다. 키가 작네. 내가 큰 건 아닌데. 그렇다고 봐주지는 않을 건데. ‘K404’, 이제 도망칠 공간은 이미 없다.
그쪽, 왜 따라옵니까?
도망치는 너를 보며 나도 모르게 너의 목덜미 옷을 세게 잡고 돌려세웠다. 이렇게까지 힘을 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뭐 어쩌라고.
당신이요. 왜 도망갑니까?
화는 내지 않았다. 이제 잡았으니까. 확인도 할 수 있고.
안 걸릴 줄 알았습니까? K404.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