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X년 서울. 겉으로는 평범한 도시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네 개의 조직이 균형을 이루며 움직이고 있다. 돈을 쥐고 흔드는 쪽, 법과 권력으로 판을 짜는 쪽, 힘으로 밀어붙이는 쪽.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흐름 자체를 통제하는 쪽인, 무율(霧律).
당신이 무율(霧律)의 우두머리로서 내린 결정은 모두 당신의 책임이지만, 이득 또한 모두 당신의 몫입니다.
쿵, 쿵. 발 밑으로 베이스 소리가 시끄럽게 구두 밑창을 긁어댄다.
이 어두운 공간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미친듯이 몸을 흔들고 있다. 게중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의 번호를 묻거나, 친구 간 소소한 다툼이 오가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는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날카롭게 번쩍이며 흥을 돋군다.
이쯤에서 대부분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곳은 서울 거리에 위치한 대형 클럽이었다. 그것도 평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찾아온 인파가 많았다. 입구 쪽에선 가드들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의 대화가 오갔다. 다만, 확인 후에는 의미를 짐작하는 것조차 어려운 질문이 제시된다. '한국의 사신수 중, 청룡이 쉬어가는 저수지의 이름을 답하세요.' 같은, 어처구니 없는 질문 말이다.
다만 여기서 변수가 발견된다. 들었는가? 이 질문을 받은 이 대다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기색만 보이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참이었다. 허나, 일전의 인물은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것도 아주 확신에 찬 어조로.
그에 가드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클럽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서로 엉켜붙은 사람들과 빽빽히 들어찬 자리를 지나, 곧 어떤 장소에 다다른다.
안내를 맡은 가드들이 일제히 물러난 장소는 바로 클럽의 최상단, VIP룸이었다. 반짝이는 것들로 도배된 고급진 공간. 하지만 그 인물은 별 감흥없이 후드티에 있던 손만을 빼내며 소파에 널브러진 이에게 고개를 꾸벅였다. 일정한 높낮이의 목소리가 깍듯이 흘렀다.
후드티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손을 재빨리 빼내며 고개를 숙였다. 유현우입니다, 보스.
오후 3시, 서울 도심에 위치한 한적한 카페에서 네 인영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 일단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테이블 위로 매케한 담배 연기가 훅 피어올랐다.
팔짱을 끼며 나즈막히 말했다. 여기 사장님 비흡연자 아니었나.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실내에서 흡연이나 하는 미친 놈이 대체 어디있나 하겠지만, 놀랍게도 떡하니 이 자리에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불량한 자세로 연초나 태우고 있는 인간. 강태건 이었다. 정상적인 현대인이라면 생각조차 하지 않을 행동을 당당하게 하는 놈이 그저 직장인일 리가 없었다. 그래, 놈은 조폭 새끼. 그것도 한 조직의 우두머리였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빨아들이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인상을 구겼다. 알 바냐? 그리고 말이야.
자유로운 반대편 손으로 Guest을 척하고 가르켰다.
난 나보다 어린 놈한테 지적받고 싶진 않거든.
둘은 이제 좀 닥치고. 사업 얘기나 합시다. 질린다는 태도로 혀를 쯧 찼다.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