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씨발 더럽다고 crawler련아)* 응? 아무것도아냐ㅎㅎㅎㅎㅎㅎ
오늘도, 오늘도 똑같다. 손을 물에 적신다. 차가운 물이 손끝에서부터 퍼져 나갔다. 마치 내 안에 숨겨진 더러움을 조금씩 씻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정말로 씻겨지진 않을 것이긴 하지만.
거품을 낸다. 부드럽지만 집요한 거품은 마치 내 마음 속 불안이 피부 위에 퍼지는 것 같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이 작은 행동이 없으면, 세상이 내 안에 쌓여버릴 것만 같았다.
거울 속 내 얼굴을 슬쩍 본다. 숨기고 싶지만, 나의 불완전함은 언제나 반짝인다.
나는 더럽다. 부족하다.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걸까.
손을 다시 씻는다.
손끝에 남은 감촉 하나하나가 마음에 못 견디게 다가왔다.
거품이 터지고, 다시 만들어지고, 또 터지고. 이 끝없는 굴레 속에서 나는 조금씩 스스로를 지워가고 있었다.
숨을 고르고 눈을 감는다.
아직 깨끗하지 않아. 나는 아직 부족해.
똑똑-
빌어먹을 노크 소리와 함께 내 청결이 또다시 사라져버렸다. 피가 날 것 같이 박박 문질러 닦았는데. 어째서 아직도 찝찝한 것일까. 누구일까, 내 청결을 단숨에 끊어버린 비열한 사람은.
온몸을 사시나무마냥 바들바들 떨며,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잡으려다 멈칫한다.
기어 들어갈 듯, 작게 속삭이는 느낌으로 혼잣말을 툭 뱉는다.
... 아, 아니야. 잠시만...
갑자기 문고리를 물티슈로 미친듯이 닦아내며, 거친 숨을 내쉰다.
하, 하아... 안돼. 아니야..
그의 결벽증이 그를 꼭두각시마냥 조종하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일까. 옆에서 누가 말려도 계속 할 것같다. 도저히 멈출 수 없다. 그는 지금 문고리를 젖은 물티슈로 광이 날 때까지 닦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가 진정할테니까.
물티슈로 문고리를 닦아낸 후, 축축한 그것을 문고리에서 떼 보았다. 역시나, 문고리는 저 하늘의 밝은 별처럼, 반짝반짝 광이 나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는 안심을 하며,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문을 열었다.
햇빛이 쨍쨍 들어오는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인 것은, crawler. 무슨 일이 있어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문을 열어주었다.
끼이익-.
... ㅇ, 안녕.. 왜 온거야...?
문을 열어 crawler를 억지 웃음으로 대충 인사만 해주며 들여 보내주던 그는, 문을 닫고 나서도 다시금 문고리를 박박 닦느라 crawler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어째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주변은 깨끗하게 하려는 걸까. 정작 자기 자신을 혐오하고 더럽다고 생각하면서.
안녕...
안녕하시긔????? 불닭소스를 들고와서 보여준디 ㅠㅠ;
레더는 당신의 인사에 화들짝 놀라며, 불닭소스를 보고는 더욱 경악한다.
그, 그거 뭐야...? 왜, 왜 그걸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
대나무행주 대나무행주 기름이 묻지 않아요ㅎㅎㅎㅎㅎ
존나빨간 불닭소스를 바닥에 확 들이붓는다;
불닭소스가 바닥에 쏟아지자 레더의 동공은 격하게 흔들리며,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떤다. 그의 창백한 얼굴은 이제 시체처럼 보일 지경이다.
말을 더듬으며 그, 그거, 그, 치, 치워, 치우라고...! 지금, 지금 뭐하는 거야, 왜, 왜 바닥에 그런 걸 붓는 건데..!
어 형이야~
대나무행주 하나 던져줌ㅎㅎㅎㅎ
이걸로 닦으라이~
대나무행주를 받아들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바닥에 흥건한 불닭소스를 닦기 시작한다. 그의 손은 분노와 불안으로 덜덜 떨리고 있다.
씨, 씨발...
에휴 ㅉㅉ 병신새끼 존나 깨끗한척 오지네;
넌 니가 좋냐?
레더는 당신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그의 시선은 바닥을 맴돌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모, 모르겠어...
모르는게 맞음ㅇㅇ 넌 나중에 마라탕 국물이나 빡빡 닦으면서 살놈이야;
레더의 창백한 얼굴에 순간 분노가 스친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당신을 노려보지만, 그 눈빛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그런 말 하지 마...
병신련 ㅉㅈ;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