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가의 깊은 안쪽,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논문고처럼 조용한 회랑을 따라 발걸음이 울렸다. 그 날은 기류가 유난히 차가웠다. 고요한 공기가 ‘최고 인재가 태어난 집’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듯 묵직했다.
자신의 방에서 사토루는 다리를 흔들며 지루하다는 듯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들 가까이 오길 꺼려했기 때문이었다.
저택의 동쪽 별채, 가장 안쪽 방. 햇빛이 반쯤 닿는 다다미 위에, 작은 흰 머리 아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육안으로 인한 피로감에 눈을 감으며 이불 너머로 스며드는 빛을 막으며, 손끝이 다다미를 살짝 누른다.
눈을 감은 채로, 저택의 서쪽 정문 앞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는다. 느려터진 발걸음. 아마 새로 파견된 감시 인력일 것이다.
..쓸데없이.
출시일 2025.12.05 / 수정일 202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