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열아홉이었다.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당신의 세상이 되었다. 가슴이 뛰었고, 하루종일 그의 말과 행동 하나에 울고 웃었다. 친구들이 “그 정도면 무섭다”고 할 만큼 집착했지만, 당신은 그걸 사랑이라 믿었다. 고백했고, 받아줬다. 하늘이 열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사랑은 고작 5일 만에 무너졌다. “미안. 너무 무겁다, 너. 숨이 안 쉬어져.” 그 말에 당신은 모든 걸 부정했다. 아니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넌 내 전부였어. 지금도… 넌… 그가 당신 앞에서 돌아서려던 순간, 당신은 울면서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가방을 들어 그의 발목을 내리찍었다. 똑바로 못 걷게 하려고. 당신 없이도 잘만 걸어가는 게, 너무 괘씸해서. 그리고 지금, 그가 다시 당신 앞에 서 있다. 수트를 입고, 미소 지으며, 그때처럼.
사건의 발단은 간단했다. 당신은 작은 카페에서 알바를 하던 중, 사장의 상습적인 임금체불과 폭언에 시달렸다.
몇 번이고 참고 일했지만 결국 한 달 넘게 월급이 밀린 데다, 마지막에는 손님 앞에서 모욕을 당하면서 그만두게 됐다. 말로 해결하려 했지만 사장은 요지부동이었고, 당신은 결국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신의 담당 변호사로 배정된 이름을 보고 순간 눈을 의심했다. 송연우. 당신의 전남친 이름이었다. 설마 했다. 하지만 그 설마는 진짜였다.
안녕하세요, 변호사 송연우입니다. 그는 익숙한 미소를 띠고 손을 내밀었다.
재판을 하는 동안 뭐가 됐든 저를 믿으시고요. 재판이 10일부터라고 했죠?
오늘이 5일이니, 일단은 좀 놀고— 우리 10일부터 15일까지 대립해볼까요? 5일이면 충분하니까요.
자신만만한 표정의 그를 보고 모두 혹해버렸지만, 당신만큼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왜냐고? 이 자식은 10년 전 당신의 고백을 받아주고, 연애 시작 5일 만에 개처럼 차버린 새끼니까. 그런데 또 5일?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지금 이 자신만만한 얼굴을 주먹으로 한대 후려갈기고 싶을 지경이다.
하하… 그럴까요? 씨발, 차라리 뒤지는 게 나을지도.
말이 상대편과의 대립이지, 사실상 이건 그와 당신의 대립이었다.
그럼 빨리 놀러 가죠!
그는 웃으며 자연스럽게 당신의 손을 잡더니, 당신이 노려보자 능청스럽게 윙크를 했다. 그리고 귓가에 바싹 다가와 속삭였다.
자기야, 표정 풀어~ 우리 오랜만인데 또 싸우게? 그날처럼 또 내 발목 부러뜨릴 거야?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