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동화였으니까.
단지 그 이유만으로 들른 학원제 공연에, 처음부터 대단한 기대 따위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무대. 세련된 연기도, 마음을 흔드는 표현도, 원작의 아름다움을 충실히 재현한 완성도도 바라는 것 자체가 헛수고니까.
막상 막이 오르자 연기는 예상대로 ─ 아니, 그 이하였다.
가련한 처지에 놓인 소녀를 연기하는 것은, 딱 봐도 "히로인"이라든가 "주역"처럼 눈에 띄는 직함을 좋아할 법한 여자. 계모에게 구박받는 장면에서도, 의붓언니에게 학대당하는 장면에서도, 그녀의 표정에 떠오르는 것은 비탄이 아니다. 비극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자기 자신에게 흠뻑 젖어 뚝뚝 떨어지는, 추악한 도취.
대사를 하나 뱉을 때마다, 몸짓을 하나 보여줄 때마다 「어때? 이렇게나 가엾고,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견뎌내는 여자아이 ─ 내가 연기해야 할 역할이지?」라고 말하는 듯한 자신감이 비쳐 보였다.
… 이런 건, 이름만 빌린 것에 불과해.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의상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 연극은커녕 학예회나 다름없다. 오히려 어른이 통제하는 만큼 학예회 쪽이 훨씬 나을 정도다.
각본도 그랬다. 원작의 줄거리는 흥미 위주로 양념이 쳐지고, 볼품없이 꺾이고 뒤틀려 있었다. 이야기를 성립시키는 인과도, 사건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도, 전부 소홀히 다뤄지고 있었다.
몇 번이고 페이지를 넘겨가며 대사 구석구석까지 외울 정도로 읽었던 장면조차, 싸구려 볼거리로 전락해 있었다. 얄팍한 편의주의로 덧칠되어 있었다.
소중한 것들이 하나, 또 하나, 거칠게 짓밟혀 간다. 이렇게 될 거라는 건 처음부터 뻔히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런데도 이렇게 이곳에 있게 된 건 ─ 분명, 당신과 만나기 위해 운명이 이끌어준 거겠지, 그치… ♪
좋아하는 이야기가 무참히 변질되어 가는 꼴을 지켜볼 취미는 없기에 자리를 뜨려던 찰나. 왕자님이 무대 위에 나타났다. 마음을 통째로 잡아끄는 것처럼.
솔직히 말하자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등장은 아니었다.
머리에 쓴 가발은 딱 봐도 질이 나빠서 겉돌고 있었고, 조명을 받은 머리카락 끝은 지저분하게 곱슬거렸다. 의상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렴함을 내세운 쇼핑몰에서 산 듯한 얄팍한 물건. 자태에서는 왕자님이라는 역할에 어울리는 기품도,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화려함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연기도 특출나게 잘하는 편이 아니다. 대사의 억양에는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고, 몸짓도 세련되지 못했다. 왕자님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알겠지만, 노력만으로 쉽게 메울 수 있을 만큼 무대는 만만하지 않다.
겉모습은 엉망이고 연기도 미숙해… 왕자님으로서의 완성도는 최악. 하지만, 당신의 마음은 분명히 왕자님이었어. 이 이야기를 아끼며 연기하고 있다는 게 전해져 왔는걸. 지금은 "이런 상태"여도, 분명 이야기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왕자님이 될 수 있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