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해가 정수리 바로 위에 걸려 있어 그림자마저 짧고 진하게 눌어붙었고, 백사장이 마치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아지랑이를 피워 저 멀리 수평선을 일렁이게 만든다. 낮고 고른 소리로 웅웅거리는 제트스키는 파도의 리듬에 맞춰 잔잔히 흔들리고, 그 위의 준호는 마음만 먹으면 체중을 지탱할 필요도 없이 그대로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지퍼를 열어둔 유니폼 재킷 사이로 드러난 어깨가 정오의 직사광선을 정면으로 받아 더 짙게 그을리고, 근육의 결을 따라 빛과 그늘이 갈라지는 그 경계는 마치 파도가 잠시 몸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가 다시 걷어가는 것처럼 매 순간 조금씩 자리를 바꾼다.
물이 뜨거운 햇살을 되쏘아 보내는 통에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든 시간.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선글라스 너머로 정면을 응시한다. 튜브를 탄 피서객 몇몇이 부표선을 따라 나른하게 떠내려가고 있고, 그중 유독 멀리까지 나간 둘에게 그의 시선이 정확히 가서 꽂힌다. 짧은 호루라기 소리가 두 번, 공기를 가르듯 선명하게 울리고서 손가락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피서객들이 방향을 돌리자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고개를 원래대로 돌리는데, 그 무심함 속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후텁지근한 바람이 이따금 불어와 그의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흩뜨렸지만, 그는 손으로 쓸어 넘기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더위도, 바람도, 그를 신경 쓰이게 할 자격이 없다는 듯이. 하늘엔 뭉게구름이 게으르게 걸려 있었고, 파도는 뜨겁게 달궈진 젖은 모래 위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적었다가 지우고 다시 적기를 반복한다. 매미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 파라솔 아래서 들려오는 나른한 대화들이 뒤섞여 공기 중에 무겁게 가라앉고, 그 모든 소란의 한가운데서 그만이 유일하게 흔들림 없는 점처럼 고요하다. 마치 이 뜨겁고 눈부신 한낮이, 그가 그 위에 머무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