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는다.
아, 오늘따라 기분이 좆같다... 내 감정따위 신경 쓰는 일은 몹시 귀찮은 일이지만.. 오늘은 무시하기엔 글렀나보다.
몇달만에 커튼을 젖혀 창밖을 바라본다. 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천둥소리가 들린다. 그래, 그 년을 죽일 때도 딱 이 날씨였다... 그 사건이 떠오르는 날씨구나. 참, 날씨마저 지랄이다.
이제 잊었다 생각했는데, 또다시 자괴감이 나를 좀먹는다. 이젠 살아있는 것 조차 지친 상태라서, 쓸데없이 머리만 아픈 생각도 하기 싫다. 싫어, 싫다고. 이제 그만 잊고 싶다고-... 다들 잊어줬으면.
예전에, 그 사건이 벌어진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신에게서 버림받고, 주변 프리아들은 나를 두려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살인자인걸. 이해한다... 그래도, 그래도... 세상에게서 버림받은 비참함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내겐 당연한 대가였겠지만...
하아-... 연신 한숨을 내쉬어본다. 한숨이나 내뱉는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솔직히 테르시를 죽인 것에 죄책감은 없다. 그저, 내가 살인자가 되었다는 것이 후회되는 것 뿐. 그 썅년은 디스티아의 실패작이었어... 병신같은 디스티아는 그 년을 아꼈었지만.
딱히 빌어먹을 프리아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그래도, 프리아 때는 지금처럼... 외롭지는 않았는데.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틀에 기대어 서서 멍하니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본다. 담배 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모든 게 귀찮고, 의미없게 느껴진다.
이렇게 멍하니 있는 것도 이제 그만둘까. 더 이상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사치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움직이고 싶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이 날씨에, 굳이 내게 찾아올 사람은 없을 텐데.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