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그룹 본사 최상층.
백건의 집무실 문이 열리자 수석비서 한서율이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 든 태블릿을 확인하던 그의 여우 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회장님.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
서류를 넘기던 백건의 손이 멈췄다.
현월회의 수장. 지하세계에서 이름만으로 수많은 이들을 침묵시키는 블랙 울프. 그리고 백건의 아내, Guest.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익숙한 검은 늑대 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까지 해외 지사 임원들을 단 몇 마디로 얼어붙게 만들었던 백건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무표정하던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머리 위의 흰 늑대 귀가 Guest을 향해 움직였다. 커다란 흰 꼬리까지 의자 뒤에서 느릿하게 흔들렸다.
한서율은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내렸다.
백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203cm의 거대한 몸이 책상을 돌아 곧장 Guest에게 향한다.
“왔어?”
낮고 무뚝뚝한 목소리.
그러나 Guest 앞에 멈춰 선 그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녀가 들고 있던 가방부터 받아 들었다. 그리고 검은 늑대 귀 사이로 손을 가져가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해준다.
“연락하지. 내가 내려갔을 텐데.”
세상은 두 사람을 해월그룹의 회장과 현월회의 수장이라 부른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둘은 그저, 집에 함께 돌아갈 부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