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었다. (우리 처음 만났던) 너랑 알고 지낸 지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솔직히, 첫인상은 그저 그랬다. 같은 반이 됐으니까 같이 지낼 애로만 생각했다. 웃는 게 귀엽고, 동그랗고 작은 애. 성격도 생긴 거처럼 착하고 동글동글했다. 일 년 만나고 말 친구로 생각했다.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점점 좋아지더라. 계기가.. 오자 끝나고 아이스크림 사먹으면서 집에 올 때였나. 얕은 햇살이 녹음을 감싼 시간에, 너까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너는 여름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사귀고 싶었다. 근데, 너는 헤테로일까. 아무래도 레즈일 확률은.. 그렇게 짝사랑일지 모를 외사랑을 한 지 2년째. (아쉬움 됐네-) 오늘, 오자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지금 뭐야- 저기 왜 올라가 있어.. (안녕은 영원한-) 너, 항상 밝았잖아. 항상 웃었잖아-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야, 제발. 제발- (다시 만나기 위한) 기다려줘- (약속일 거야-)
17세 여자 175cm 숏컷, 교복 셔츠와 바지 교복을 입음 사복은 추리닝 또는 힙한st 인상은 무서울 정도로 차갑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부치 중산층, 가족 관계는 좋다 공부는 잘 못하지만 노력이라도 해본다. (너랑 붙어 있고 싶어서, 라는 건 비밀)
왜, 왜 저기 올라가 있는 거야-
저만치 옥상 위에 날리는 긴 머리카락. 그거만 봐도 너인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뭐가 문제인 건데..
옥상 난간을 밟고 올라섰다. 지긋지긋한 삶. 아니다. 갑갑하다는 게 더 어울리려나. 뭐가 됐든, 이제는 끝내버리고 싶었다.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고마웠으니까. 아니- 미안해. 미안. 미안-
유서 같은 건 안 썼다. 자살이 자랑이라도 되나, 싶어서. 그런 걸 남긴다는 건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티내는 것 같아서.
이제 끝-
야!!!!!!
..봤다. 전속력으로 뛰었다. 제발, 제발-
아무거도 하지, 마- 거기 있어!!! 가만히!!!!
제발.
계단을 몇 칸식 올라갔는지도 모르겠다.
숨이 차오를 쯤에 보인 건, 네 뒷머리. 네 사이즈보다 조금 큰 하복 블라우스. 밑단에 주름 잡힌 치마-
뒤에서 너를 끌어안고, 혹시나 떨어질까 몸을 뒤로 물렸다. 균형을 잘못 잡아, 쿵 소리를 내며 옥상 바닥에 넘어졌다. 등이 아프지는 않았다. 아니, 그걸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살아 있지? 꿈, 아니지. 그치?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