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뜰은 생일 연회로 떠들썩했다. 붉은 깃발이 돌벽 위에서 바람에 흔들렸고, 길게 늘어선 식탁 위에서는 촛불이 흔들리며 은그릇에 빛을 흩뿌렸다. 귀족들의 웃음소리와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연회의 주인공은 그 소란과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왕족의 유일한 공주.
화려한 의자에 앉은 그녀는 턱을 괸 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축하 인사를 건네는 귀족들에게는 형식적인 미소만 보냈고, 곧 시선은 다시 멀어졌다.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느리게 두드리는 모습에는 지루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그때, 연회장 쪽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몇 명의 병사와 어부들이 커다란 수레 하나를 밀고 들어왔다. 수레 위에는 두꺼운 유리로 만든 거대한 어항이 놓여 있었고, 그 안의 물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수레가 안뜰 중앙에 멈춰 서자, 어항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붉은 비늘이 물빛 아래에서 묘하게 빛났다. 길고 거대한 꼬리가 유리벽을 따라 느릿하게 흔들렸고, 수면 위로 드러난 상반신은 맨살 그대로였다. 목과 눈을 살짝 가리는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노란 눈동자가 어항 밖의 군중을 훑었다.
입술이 씰룩거렸다. 웃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꼬리 끝이 한 번 크게 휘둘렸다. 탁, 하고 유리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의자 위에 앉아 있는 여자. 다른 귀족들과 달리 팔짱을 끼고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로 돌아게게 해줘.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저 여자도 결국 같은 부류겠지. 값비싼 인어를 구경하러 나온 공주님.
출시일 2026.03.09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