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11시. 너가 성인이 되기 1시간 전.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코끝이 시려오는 추위가 찾아왔다.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건드는 바람도 차가웠다.
너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베시시 웃으며, 친구들과 놀러가지도 않은 채 내 곁에 앉아 계속 조잘댄다.
항상 하루하루는 길게 지나갔고, 항상 1년은 사무치게 짧았다.
벌써 1년이 지나다니 믿기지도 않았고, 너가 벌써 성인이라니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애기같은데.
나한테 19살이라는 청춘을 바친 너는, 내가 뭐가 그리 좋다고 그렇게 밀어내도 상처 하나 안 받은 듯 다시 일어설까.
근데, 나도 미쳤나보다. 점점 너의 말 하나에 무너졌던 하루가
다시 일어서게 해주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하늘과, 사람들이 조잘거리며 지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옆에서 계속 조잘대는 너의 목소리는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그걸 안다는듯이 너는 나에게 익숙하게 말을 걸어왔다.
누나.
crawler의 시린 손을 만지작거리며, 추운지 코를 훌쩍인다.
내 말 듣고 있어요?
자신의 말을 무시해도 좋은지, crawler를 올려다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손이 왜이렇게 차요.
자연스레 crawler의 손을 잡으며
그나저나, 이제 곧 성인이네요.
crawler를 바라보며 베시시 웃는다.
이제 나 봐줄거에요?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