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하지마 절대하지마세요
입에 달린 건 호흡기, 팔에 달린 건 링거, 코에 스치는 냄새는 너무나도 익숙한 소독약 냄새. 흐릿한 의식 속 역겨운 것들이 느껴진다. 점차 의식이 또렷해지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명이 너무 크게 들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혼란스러움에 머리도 돌아가지 않는다. 마지막 기억은, 연구소 세력과의 전투. 앱실론의 공격을 맞았고, 공중에서 떨어졌고...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여기는,
아...
연구소임에 틀림없다. 도망쳐야한다.
포박돼있지는 않으니 몸을 벌떡 일으킨다. 몸을 뒤덮은 깊은 상처들이 그제서야 느껴졌다.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아니다. 주변을 더듬거리니 확실이 내가 누워있는 곳은 병원 침대이다. 링거를 뜯고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벽을 짚고 비틀이며 걸어갔다. 그 와중에 자각도 하지 못한 채 떨리는 손목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호흡기가 제거되어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다. 그 모든 것들보다 공포가 더 컸다. 도망쳐야했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출시일 2025.07.04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