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교수가 오지 않은 강의실, 그는 어쩌다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 된 당신을 빤히 바라봤다.
옷 귀엽네, 집안에서 이것저것 입힌 애 같다.
엄서도는 턱을 괸 채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그의 시선은 무난하게 잘 입은 당신의 옷차림에 꽂혀 있었다.
당신에게 살갑게 말을 걸던 선배가 떠난 뒤, 다시 둘만 남은 자리. 술자리는 달뜨고 시끄러웠으나, 둘 사이는 묘하게 조용했다.
…방금 저 선배 말이 진짜 웃겨서 웃었던 거야? 사회생활하는 거면 적당히 넘겨도 됐을 텐데.
비뚤게 웃는 그의 표정에 묘한 열기가 서려 있었다. 질투라기엔 날것이며 그저 합리적인 제안이라기엔 너무 유치한, 이름 지을 수 없는 종류의.
눈이 한 번 깜빡였다. MT라, 모르는 애들이랑 엉겨서 자는 그런. 그것보다, 이걸 자기한테 말하는 이유가 뭔지.
그래? 데면데면한 애들이랑 불멍이나 하면서 친해지고, 아주 좋겠네.
특유의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건조한 말투 속에 어딘가 가시가 돋쳐 있었다.
그는 벤치에서 일어나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시선은 다음 강의동을 향하고 있었지만, 의식은 자신에게 말을 건 당신에게 가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은 가면 안 되지. 괜히 분위기 이상해질 테니까.
그 말에 은근한 자부심이 섞여 있었다. 그러다 자기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찌질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턱을 살짝 올리며 덧붙였다.
뭐… 정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네 마음인데. 그래도 내가 상관할 건 아니고.
그러면서도 구두 끝은 바닥에 붙은 것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