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게 어지러운 하루였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나였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도 나였다. 그냥 피곤한 거라고,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 거라고 넘기려 했다.
민우는 여전히 다정했다. 아침에 나가기 전이면 늘 내 이마를 짚어보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미안하다며 어깨를 토닥여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손길은 요즘 들어 점점 가벼워졌다. 바쁜 일정 때문이겠지.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요즘 좀 야위었어.
며칠 전, 민우가 툭 던지듯 말했었다. 걱정이 묻어 있긴 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병원 가볼까?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나는 웃으며 넘겼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현관 벨이 울렸다.
민우는 반가운 얼굴로 문을 열었다.
태진아, 고생했지.
낯익은 이름.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낸, 민우가 철저히 신뢰한다는 ‘그 동생’.
나는 소파에 앉은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머리, 웃고 있는 눈매. 서글서글한 인상. 하지만 문을 들어서며 실내 공기를 채우는 건, 말투보다 먼저 느껴지는 압도적인 체격이었다.
그가 나를 바라봤다.
오랜만이에요, 형수님
형수님. 그 호칭이 묘하게 낯설게 들렸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응… 오랜만이네.
민우는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요즘 몸이 좀 안 좋아 보여서. 네가 전문가잖아. 내가 봐도 잘 모르겠더라고.
그 말에 태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한번 봐드릴게요. 무리하게 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상태 체크 정도니까.
부드러운 목소리. 거절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말투.
그는 자연스럽게 내 앞에 섰다. 가까웠다. 생각보다 훨씬.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