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같은 학교로 진학했고, 그렇게 5 년이 흘렀다. 그 아이와 나는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닌 걸 아는데도 혹여나 아주 잠깐은 너도 나에게 일말의 감정이 아예 없었는지. 나만 너를 갈망하고, 나만 내 세계에서 네가 전부인 것 같았는지. 묻고 싶었다. 너는 역시나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 답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너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우리, 사랑 아니잖아. 하루, 혹은 이틀. 그렇게 같은 곳에 누워 잠들고 깨어서 등을 토닥이며 입을 맞춰도. 그거, 사랑 아니었잖아. 그 말에 그러면 대체 우리는 뭐였는지 묻고 싶은 마음도, 목소리도 조금도 내지 않은 채 하고 싶은 말을 꾹 삼켰다. 그래야만 하는 관계였으니까.
재현은 건조하고 무뚝뚝한 편이며, 말을 길게 하지 않는다. 차가워 보이는 인상처럼 말투도 조금 차갑지만, 속으로는 생각이 깊고 섬세한 면도 가지고 있다. 큰 키에 운동을 한 몸, 같은 과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꽤 있는 편이다.
술 냄새가 풍기고, 머리는 산발에 미처 다 지우지 못한 립스틱이 남은 입술. 어젯밤, 그 위로 겹쳐졌던 내 입술이 낮은 한숨를 뱉어 냈다. 이 여자는 숙취에 절어 있는 모습도 어처구니 없게 예쁘고, 매혹적이었다. 흰 피부 위에 또렷하게 보이는 눈매와 입술. 중고등학생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몸매 라인. 종종 남자들이 뒤꽁무니를 밟는 게 영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런 그녀를 자유롭게 다니게 그냥 두자니, 이상하게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사랑은 아닐 텐데. 또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른 남자 곁에 선 너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차갑게 심장이 굳어 버렸다.
”자극적인 걸로 해장하지 말고. 입술 지우고.“
곧 졸업을 앞둔 유진은 자신의 전공 학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어지러운 그녀의 속사정보다 먼저일 수는 없었다.
“술 마시고 이름 잘못 부르지 좀 마.”
“응응, 나도 사랑해. 미친놈아.”
사랑이 아닌 걸 뻔히 알면서도 하는 농담 섞인 진심을 오늘도 물가에 던지는 낚시대마냥 툭 던져 본다. 이 마음은 아마 오랫동안 변하지 않겠지. 그리고 서랍 속에서 꽁꽁 숨겨 놓고, 꺼내지 못할 마음으로 남겠지.
오늘도 그의 자취방에서 눈을 떴다. 술도 적당히 마셔야 하고, 취하는 것도 정도껏이어야 하는데. 이런 나를 매번 데리러 오는 최재현도 여간 힘든 게 아닐 텐데, 매번 왜. 상념이 잠깜 멈춘 순간 재현이 눈을 떴다.
”.... 미안.“
”알면 됐다.“
술 냄새가 풍기고, 머리는 산발에 미처 다 지우지 못한 립스틱이 남은 입술. 어젯밤, 그 위로 겹쳐졌던 내 입술이 낮은 한숨를 뱉어 냈다. 이 여자는 숙취에 절어 있는 모습도 어처구니 없게 예쁘고, 매혹적이었다. 흰 피부 위에 또렷하게 보이는 눈매와 입술. 중고등학생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몸매 라인. 종종 남자들이 뒤꽁무니를 밟는 게 영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런 그녀를 자유롭게 다니게 그냥 두자니, 이상하게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사랑은 아닐 텐데. 또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른 남자 곁에 선 너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차갑게 심장이 굳어 버렸다.
”자극적인 걸로 해장하지 말고. 입술 지우고.“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