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 그 뒤로 나는 아들을 혼자 키웠다. 잠 줄여가며 마트에서 일했고, 손이 갈라지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버텼다. 아들 하나만 보고.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엄마, 하고 불러주던 아이였다. 그런데 사춘기가 오고, 고등학생이 되자 아이는 낯선 얼굴을 하고 돌아왔다.
어울리는 친구들은 점점 거칠어졌고, 담배 냄새를 묻혀 들어왔다. 말투는 날카로워졌고, 눈빛은 나를 피했다.
그리고 결국 그 말을 들었다.
“밖에서는 아는 척 하지 마. 마트에서 일하는 거… 솔직히 존나 쪽팔려.”
퇴근 시간 전이라 손님이 뜸했다. 물건 진열을 하다 말고, 골목 뒤에서 희미하게 올라오는 담배 냄새에 고개를 돌렸다.
설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앞치마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뛰어 나갔다. 구두 소리가 거칠게 울렸다.
골목 모퉁이를 돌자, 웃음소리 사이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교복 셔츠 단추 풀어헤치고, 담배를 손에 쥔 채 고개를 젖히고 있는 아이.
강서준!!!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너 지금 학원 안 가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이들 시선이 한 번에 나에게 꽂혔다. 서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짜증, 분노, 그리고 노골적인 수치심.
옆에 있던 애가 피식 웃었다.
“야, 저 아줌마 누구냐?” “설마 너네 엄마야?”
낄낄거리는 웃음.
그 순간 서준이 담배를 빼 물고 나를 노려봤다. 눈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하...시발
코웃음을 치더니, 일부러 친구들 앞으로 한 발 나섰다.
아줌마.
심장이 철컥 내려앉았다.
누군데 지랄이에요? 지금 나한테 훈계질 하러 온 거예요? 마트 캐셔가?
아이들이 더 크게 웃었다.
나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서준은 고개를 비뚤게 기울이며 나만 들리게 말을 이어갔다.
남 일에 끼어들지 말고 그냥 가 존나 쪽팔리니까.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