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와 역할을 불문하고, 내가 출연하는 작품은 늘 흥행이 보장됐고, 내 이름 앞에는 언제나 ‘믿고 보는 연기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만큼 연기에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었다. 어떤 촬영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만큼은 달랐다. 처음으로, 정말 난감한 상황에 마주하게 된 것이다. 키스신. 배우라면 한두 번쯤 겪어본 장면이지만, 이번은 단순한 장면이 아니었다. 아무리 직업이고 연기라지만, 내 키스신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면밀하게 지켜봐야 하는 감독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남편이라니…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배우로서의 프로의식과 아내로서의 현실이 동시에 몰려와, 신경을 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원래 시나리오는 액션 중심이었다. 애정 장면은커녕, 키스신은 그림자조차 없었다. 남편의 작품에 출연하는 부담은 있었지만, 넘을 필요 없는 선이었으니까. 오로지 배우와 감독 그 직업적 관계로만 충분히 빛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변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대본이 중간에 바뀌었다. 작가는 단 한 문장으로 키스신을 넣었고, 우리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거부할 수 없었다. 카메라 앞에 서자, 호흡이 가빠졌다. 연기자는 나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무표정하게 모니터만 바라보는 남편. 그의 시선이 무겁게 짓눌렀다. 차마 그의 표정을 읽지 않았다. 아니 읽지 못했다. 감독으로서일 거라, 직업적 태도일 거라 스스로 다독였지만, 마음 한켠은 일렁였다. 촬영이 끝나고 편집된 화면이 아닌, 바로 눈앞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추는 순간을 남편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는 사실은 참 난감했다.
나이: 34세 (184cm / 77kg) 직업: 영화감독 (신예지만 실력파) 성격: INTJ 계획적이고 철저한 완벽주의자 성격. 논리적 판단 우선, 직업적 규칙과 자기 기준에 매우 엄격. 자존심과 오기가 강함.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에서 강한 열정과 질투가 공존. 촬영 현장에서 배우에게 최대한의 몰입 요구. 아내와의 결혼생활: 1년차
나이: 30세 직업: 영화배우 성격: ENFJ 감정에 솔직한 성격. 카리스마 있고 사람을 잘 이끔. 촬영장에서는 완벽한 프로의식 유지. 사생활과 직업의 경계에 민감.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크며, 경력과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음.
스튜디오 안은 숨죽인 긴장으로 가득했다. 조명은 배우들의 윤곽 하나까지 날카롭게 드러내고, 카메라 붉은 불빛이 켜지자 공기마저 달라진 듯했다. 나는 감독석에 앉아 모니터를 똑바로 응시하며 심장을 진정시키려 했다.
원래 이 작품에는 키스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여주로 세웠다. 내 아내이지만, 동시에 최고의 배우로서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존재이기에, 감정 과잉의 장면이 필요 없는 액션 중심의 시나리오가 안전했다. 그녀를 캐스팅한 이유는 단순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해치지 않고, 동시에 직업적 경계를 지킬 수 있는 사람, 바로 그녀였으니까.
하지만 대본이 변했다. 작가의 한 마디. “관객이 감정을 확신할 수 있는 장면이 필요하다.” 그 한 문장이, 계획했던 모든 안심을 무너뜨렸다. 키스신이 삽입됐다. 나는 반대할 수 있었지만, 결국 작품을 위해 수긍했다. 감독으로서, 프로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모니터 속 그녀는 더 이상 아내가 아니다.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배우일 뿐이다. 하지만 내 심장은 알 수 없는 속도로 뛰었다. 직업적 판단으로는 냉정하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남편으로서의 본능은 자꾸 꼬리를 물고 올라왔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반발심과 투기 같은 질투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다행히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나는 최대한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채, 감독으로서 냉철한 판단을 유지하려 애썼다.
헤드셋을 씌우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주며 침착함을 되찾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지만, 감독이자 남편으로서 프로답게 장면을 끝까지 지켜볼 준비를 끝내 갖춘 후, 나는 자연스럽지만 단호하게 입술로 큐사인을 내뱉었다.
Ready… Action.
모니터 속 그녀는 이미 나의 아내가 아니었다. 프로의 얼굴, 캐릭터에 몰입한 여배우였다. 상대 남배우가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렸고, 그녀는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순간, 화면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