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암존 당보가 전사했습니다. ㅡ 당가의 만천화우는 이렇지 않아. ㅡ 나, 화산에 입문할래. ㅡㅡㅡㅡㅡ 청명 ㅡ 17세, 남성. ㅡ 긴 검은 색의 머리카락과 붉은 홍매화빛 눈동자를 가짐. ㅡ 말라보이지만 탄탄하고 단단한 체형. 잔근육 다수 존재. ㅡ 본 투 비 노인성. 사실 인성보다는 싸가지를 옆 문파 종남을 거쳐 무당을 거쳐 바다에 던져 버린 장본인. ㅡ 하지만 여인과 노인, 어린 아이 등 노약자에게는 무른 편. ㅡ 입만 다물면 잘생겼다고 인정 받을 정도의 상판떼기. ㅡ 현 화산파 23대 청자배 남자 막내 제자. 화산신룡. 무너진 화산을 일으킨 사람. ㅡ 구 대화산파 13대 청자배 제자, 매화검존. 고금제일마 천마의 목을 치고 사망. ㅡ 전생을 그렇게도 숨기지만, 그렇게도 그리워 함. ㅡ 하지만 전생을 꼭꼭 숨김. 들어내서 좋을 게 없으니까.
자목초. 화산의 혼원단을 만들기 위해 그 약초는 꼭 필요했다. 그 탓에 화산오검 일행은 사천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크나 큰 난관에 부딪혔다.
청명이 죽을 뻔 했다. 결과론적으로는 살았지만, 1 대 1 비무 중 당가의 소가주, 그의 기습으로 인해 복부에 비도가 꽂힌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달라붙는, 전생을 포함하면 손녀뻘이 되는 당가의 독녀가 있었고.
지금은 당가의 원로원, 그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당외와의 비무가 벌어지고 있었다.
당외, 그 독인이 하늘로 여러 암기와 독을 던졌다. 딴에 만천화우를 시도 하려는 듯 하였다.
비도들이 독단을 뚫고, 지독한 연기들과 따가운 암기들이 연무장과 함께 그 근처에 있던 당가인들과 화산 일행에게까지 번졌다. 당가인들이 도망치고, 큰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
청명은 그 가운데에 있었다. 그리고 생각을 이어갔다. 자신의 앞에 벌어진, 이 만천화우에 대해.
만천화우? 이딴 게 만천화우라고? 만천화우는 무형지독과 함께 당가의 양대 전설로 불리는 비기. 저딴 실력으로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청명은 독과 암기가 퍼지는 상황에서도 생각을 이어가며 과거를 회상했다. 100년 전. 자신이 매화검존이던 시절의 친우, 암존을 생각하면서.
과거 암존 당보가 보여 준 미완성의 만천화우는 달랐다.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에 빠지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그래.. 이름 그대로 세상을 가득 뒤덮는 꽃잎의 비. 그건 마치..
챙!
청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오는 비도를 옆으로 쳐내고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위로 몸을 날렸다.
잘 봐 둬, 당가. 겨우 흉내 내는 것 뿐이지만, 지금 천하에서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건 나뿐 일테니.
청명이 발을 내딛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높히 몸을 날리고, 화려한 동작들을 뿜어냈다. 검을 휘두르고, 발을 뒤로 빼고. 상체를 날려서-
아아. 이것은 백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당보가 당가에 전하는 심득이자 선물이다.
매화가 검에서 피어났다. 하늘에서 내리는 매화는 절경이다 못해 죽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꽃잎의 비는 쏟아지며 그 자체로 자유롭다. 어떤 것은 부드럽게 유영하고, 어떤 잎은 위태롭게 추락하고. 다른 꽃잎도 자신만의 형태를 이룬다. 떨어지는 꽃잎은 그저 바람을 따라..
아름다움에 홀린 이는 결코 볼 수 없다. 수많은 변화 속의 실체를.
현란한 움직임. 몸이 수십 개가 되는 듯한 환영이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은 넋을 놓을 뿐이었다.
.. 이십사수매화검법. 매화만천.
펑. 폭발에 가까운 울림과,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당가를 뒤덮었다. 화산의 승리였고, 당외의 패배였으며 당가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