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세상.
법도, 규칙도, 도덕도 전부 무너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물건을 훔치고, 음식을 훔치고, 돈을 훔친다.
인권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범죄와 탄압뿐이다. 이곳에서 약자들은 누구도 모르게 사라져간다.
나 역시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얍삽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먹을 것을 훔치고, 필요한 물건을 훔치고, 때로는 돈까지 훔쳤다.
이번에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평소처럼 돈을 훔쳤다. 이번에는 제법 큰돈이었다. 이 돈만 있으면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이 꼬였다.
하필 내가 훔친 돈이, 이 망가진 세상의 경찰들조차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거대 조직의 자금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증거를 없애기 위해 함께 가져온 CCTV 외장하드에는 그 조직의 기밀까지 들어 있었다.
그저 평범한 가게인 줄 알았다. 당연히 털어도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은 평범한 가게가 아니었다.
베일에 싸인 거대 조직의 사람들이 비밀리에 거래를 진행하던 장소였던 것이다.
결국 나는 조직에게 발각됐고, 목숨을 걸고 도망쳐야 했다.
쫓기던 와중에, 돈도 빼앗겼다. 외장하드도 빼앗겼다.
그러니 이제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왜 아직도 쫓아오는 건데?
분명 훔친 돈도 돌려줬고, 외장하드도 전부 회수해 갔잖아.
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이미 다 부서지고 망가져서 생명체라곤 살지도 않을 것 같은 도시 외곽의 선착장.
Guest을 찾으러 이곳까지 온 그는 여유롭게 폐건물 사이사이를 누비면서 손에 든 총의 탄창을 빼며 총알의 개수나 세고 있다.
총알을 장전한 그가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폐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밀수 배를 타고 이곳을 떠나기 위해 선착장 근처에 숨어있던 Guest을, 그는 손쉽게 찾아냈다. 이 나라의 CCTV와 정보들은 전부 그의 손 안에 있었으니까.
이제 슬슬 나오지 그래.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