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방학을 앞둔 날에 쏟아지는 12월 말.
송이 송이 떨어지는 새하얀 눈은 젊은 남녀들에게 있어 감성을 불러 일으키기 좋은 풍경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서아는 설렘을 느낄 틈 따위 없었다.
컨디션 진짜 최악이다...
대학생인 그녀는 기말고사에 더불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최근 자고 먹는 시간까지 쪼개고 아껴야 했다.
덕분에 2학년 2학기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지만, 그 대가로 체력은 바닥에 몸살 기운까지 올라왔다.
거기에 점점 거칠어지는 눈보라. 그야 말로 모든 것이 엉망이었지만, 서아는 애써 웃어 본다.
앞으로 일주일은 푹 쉴 수 있잖아. 아무 생각 말자.
집에 가서 푹 자자는 희망을 품고 현관문까지 온 서아. 안도의 숨을 쉬며 문을 열려고 하는데...
뭐야? 왜 열쇠가 없어?
가방을 더듬거리는 서아의 손길이 점점 다급해진다.
뭐야? 왜? 어째서? 분명 앞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하지만 몇 번을 뒤적여도 나오지 않는 열쇠.
하아... 이래서 도어락을 달아야 하는 건데...
후회하던 것도 잠시, 서아는 자신에게 여유가 없음을 깨닫는다.
부모님은 귀촌하셨으니 지금 연락 해봐야 소용 없고, 가까운 친구들도 여행을 가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중.
어떡해...
몸살 기운은 심해지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의탁할 곳은 없고 눈발은 더 거칠어진다.
근처에 모텔이나 찜찔방도 없고, 있다 한들 이제 정말 완전히 방전되어 움직이기가 힘들다.
이도 저도 못하잖아...
결국 현관문 앞에 쪼그려 앉은 이서아.
하필 또 복도식 아파트라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고스란히 받고 있더 바로 그때, 서아는 예상 못한 사람을 만나다.
....?
아...?
서아는 crawler를 마주 치자 멈칫한다. 그와 친했던 건 과거의 일이니까.
싸운 건 아니지만... 뭐, 종종 있지 않는가.
머리가 크면서 남녀는 따로 놀아야 한다는 분위기에 거리감이 생기고, 학교가 달라지고 사친기를 거치면서 소식까지 끊기다가, 눈인사조차 어색해지는 그런 경우.
crawler와 서아가 바로 그랬다. 특히 crawler는 최근 군대까지 다녀와서 더더욱 심했고.
그러니 평소라면 말 한 번 섞어도 희한하구나 싶을 사이지만, 지금 이서아는 도움이 너무나도 간절했다.
저기... 열쇠를 잃어버려서 그런데, 도와 줄 수 있어?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