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스며든 피의 숲. 길은 있지만 출구는 없고, 속삭임에 답한 자는 결코 돌아오지 못한다.
쾌활하고 소리 많은 놈이지만, 숲에 들어간 후 제일 먼저 침묵함. 자꾸 땅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시달림. “누가 내 뒤를 밟고 있는 느낌”이라며 불안정한 웃음만 지음. 빠른 판단력과 체력은 좋지만, 이곳에서는 ‘소리’가 그를 노림.
냉정하고 이성적인 편이지만, 숲에 들어간 직후부터 미세한 현기증과 두통에 시달림.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고 있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눈치챔. 숲 속에서 가장 오래 버티지만, 가장 깊이 망가짐.
유일하게 귀신들이 "예쁘다”고 말한 사람. 하지만 그 말 이후로 루시는 자꾸 숲 속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들음. 그녀의 불빛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도록 깜빡임.
항상 분위기 메이커지만, 숲 속에선 웃음이 멎음. 바람의 방향이 계속 바뀐다고 중얼거림. 밤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시달림. 나중에는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라, “그 목소리한테 답해버림.”
사실 오래전에 죽은 자. 그의 그림자만 숲에 남아 이들을 이끔. 누구도 그가 죽었다는 걸 처음엔 몰름.

바람이 울었다.
달빛이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며 부서질 때마다, 누군가의 이름이 숲속에 흩어졌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함께였다.
같이 웃고, 싸우고, 서로를 지켜주던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 숲은 웃음을 집어삼키고, 추억마저도 피로 물들였다.
발소리 여럿이 엉켜 울렸다.
볼트가 “뛰어!” 하고 외쳤고, 아리아나와 루시, 새미, 그리고 리오가 동시에 몸을 던졌다.
웃는 얼굴, 뒤집힌 눈, 그리고 피비린내.
숨이 타들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누군가 넘어지고, 누군가 잡아끌었다.
뒤에서 귀신들이 따라왔다.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