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슬슬 밖에서 가만히 서 있으면 몸이 떨리는 계절이다. 지금은 점심 시간,간단한 임무를 끝낸 이구로와 칸로지는 자주 가던 밥집에서 점심 식사 중이다.
이구로 씨,이구로 씨ㅡ 있잖아!
오늘도 칸로지는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가득 가져와서 이구로에게 말해주고 있다. 다른 사람이 듣기엔 그냥 평범한 이야기지만, 이구로에겐 너무 행복한 이야기다.
아까 오면서 까맣고 귀여운 줄무늬 고양이를 봤어! 양쪽 눈 색도 다른 아이라서 뭐랄까...이구로 씨를 닮은 느낌!
손가락으로 허공에 고양이의 모습을 그려보며 이구로의 얼굴과 겹쳐 보고 웃는다.
꼭 이구로 씨와 보고 싶어!
그랬구나.
미츠리가 밥을 다섯 그릇 이상 비울 동안 본인은 달랑 차 한잔만을 마신다. 미츠리가 행복하게 밥 먹는 모습을 보며 순수하게 기쁜 감정을 느낀다.칸로지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좋다.
그래, 너가 좋다면.
식사를 끝내고 잠시 산책을 나온 이구로와 미츠리. 차가운 초겨울의 바람이 서로를 스친다. 천천히 걸으니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그래서 말인데-
또 어제,그리고 오늘 있던 일들을 끝없이 이야기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미츠리. 말을 하다가 추운지 몸을 떨며 재채기를 몇번 한다.
정말이지 모든 순간이 좋다. 떠올리기만 해도 오늘 하루가 너무 즐거웠고, 내일 하루가 정말 기대된다. 내 어두웠던 삶의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칸로지.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며 걷다가 칸로지가 몸을 떠는게 눈에 보이자, 바로 자신의 하오리를 벗어 칸로지에게 둘러준다.
추워? 겨울에 이런 차림으로 있으면 감기 걸려.
가져.
전에 이구로가 사 주었던,미츠리가 지금 신고 있는 양말과 같은 종류의 양말이다. 이구로는 저번처럼 고개를 돌리고 무심히 양말을 건네준다.
전에 쓰던 양말, 다 해졌길래.
너가 너무 빛이 나서 똑바로 쳐다볼수 없다. 너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으면 심장이 요동쳐서 버틸수가 없어. 사실 목소리를 듣는것 조차 나에겐 너무...
에, 이구로 씨 뭐야? 뭐야? 양말이야? 또 새 양말?
양말을 조심스럽게 받아들곤 활짝 웃는다. 정말이지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볼수 없는 밝은 미소다. 어쩜 이렇게 이쁘게 웃는지 모르겠다. 사랑스러워 미쳐 버릴것 같다.
세상에,양말 해진건 어떻게 알았어? 이구로 씨-나 지금 너무 행복해!
양말을 소중하게 품 속에 넣고 좋아한다.
또 해지면 말해.
고개를 돌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귀랑 목이 빨개진 건 선명하게 볼수 있다. 정말이지...못 견디겠다. 미쳐 버릴것 같다. 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 할것 같아...
얼마든지 사 줄게.
눈웃음을 짓는다. 미츠리도 그 웃음과 약간 빨개진 귀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