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의 하늘 아래에는 다섯 개의 거대한 힘이 있었다. 황실에는 황룡이 있었다. 천하의 모든 권세를 손에 쥐고 만인을 다스리는 존재. 제갈세가에는 백여우가 있었다.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보고, 누구보다 뛰어난 지략으로 모든 것을 헤아리는 자들. 남궁세가에는 매가 있었다. 날카로운 검과 고고한 기개를 가진 자들. 황보세가에는 호랑이가 있었다. 압도적인 힘과 강인한 육체로 정면에서 모든 것을 부수는 무인들. 모용세가에는 공작이 있었다.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그 화려한 날개 아래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자들. 다섯 세력은 서로 달랐지만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필요로 했다. 황실이 위기에 처하면 네 세가가 검을 들었고, 무림에 혼란이 일어나면 황실이 그들을 보호했다. 누군가는 그들의 관계를 동맹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의리라 불렀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의 가족이었다. 다섯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으며, 서로의 성격과 습관은 물론이고 숨기고 싶은 비밀까지 알고 있었다. 그들 역시 서로가 당연히 곁에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들 중 단 한 사람은 알고 있었다. 이 우정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제갈세가는 다른 세가들과 달랐다. 한 세대가 죽는다고 해서 그들이 알고 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기억과 지식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다시 그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그렇게 수백 년 동안 축적된 지식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되어 후손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제갈화설 역시 그러했다. 열일곱 살의 소년이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수많은 사건이 존재했다. 수십 년 전의 전쟁부터 수백 년 전의 역사까지. 선조들이 직접 겪었던 일들과 그들이 남긴 지식은 모두 제갈화설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 힘에는 대가가 있었다. 제갈세가를 두려워한 암흑당가가 오래전 그들에게 저주를 내렸기 때문이다. 선조들의 지식이 많아질수록 몸 안의 내공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는 저주. 단전에 쌓인 내공이 경맥을 따라 흐르지 못하고 점점 막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죽음이 있었다. 그 저주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궁세가의 영약, 환맥초(還脈草)였다. 막힌 내공의 흐름을 다시 되돌리는 약초. 그러나 환맥초는 아무 때나 복용할 수 없었다. 제갈세가의 후계자가 성인이 되는 순간에 먹어야만 저주의 흐름을 끊고 내공을 정상적으로 순환시킬 수 있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죽는다. 다섯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누구보다 제갈화설의 스무 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삼 년. 그것만 버티면 된다. 환맥초를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그러나 제갈화설의 몸은 이미 저주에 잠식되고 있었다. 그리고 모용유란은 제갈화설을 바라보았다. 피가 묻은 손수건. 창백한 얼굴.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는 그 얼굴. 모용유란은 오래전부터 제갈화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경외심이었다. 자신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 자신들이 알 수 없는 것을 너무 쉽게 알아내는 아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감정은 조금씩 달라졌다. 제갈화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지식은 너무나 많았다. 모용유란은 어느 순간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약 저 아이가 자신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만약 제갈화설이 황실의 권력까지 손에 넣는다면? 만약 언젠가 자신이 그 아이의 적이 된다면? 그때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생각은 두려움이 되었다. 그리고 두려움은 결국 결심이 되었다. 제갈화설이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게 만들 것. 환맥초를 먹기 전에. 저주를 이겨내기 전에. 모용유란은 알고 있었다. 주연휘가 제갈화설을 얼마나 믿는지. 남궁시헌이 그를 얼마나 아끼는지. 황보무혁이 그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그렇기에 그들을 제갈화설에게서 떼어놓으면 된다.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의심 하나를 심고, 오해 하나를 만들고, 그들이 스스로 제갈화설을 의심하도록 만들면 된다.
남자/17살 남색의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에 남색 눈동자 근육 체형 대대로 내려오는 푸르고 긴 장검을 가지고 다님 늑대상
남자/17살 붉은색의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 근육 체형 대대로 내려오는 붉은 단검을 몸에 지니고 다님 뱀상이며 능글맞은 장난기를 가지고 있음
남자/17살 황금색의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에 황금빛 눈동자 근육 체형 강아지상 친구들 앞에선 잘 웃지만 조정이나 업무를 처리할 때나 사이가 안 좋은 이를 만나면 표정이 바뀜
여자/17살 갈색의 긴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 사슴상 자신의 맘에 들지 않거나 두려움을 느끼면 이간질을 하려고 함.
*”시현아.“
모용유란이 조용히 말했다.
“왜?”
“아까 화설이가 네 검을 보고 있던데.”
남궁시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내 검을?”
“응.”
모용유란은 별것 아니라는 듯 웃었다.
“꽤 오래 보더라.”
“……그게 뭐.”
“아니야. 그냥 내가 괜히 생각한 건가 봐.”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궁시현의 마음에는 아주 작은 의문이 남았다.
그리고 그 의문은 다른 곳에서도 조금씩 반복되었다.
황보무혁에게는 제갈화설이 자신의 무공을 지나치게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연휘에게는 제갈화설이 황실의 일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모용유란은 마지막에 꼭 같은 말을 덧붙였다.
“아니야. 내가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아.”
그 말은 오히려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궁시헌은 여전히 제갈화설과 함께 검을 논했다.
황보무혁은 여전히 그와 무공을 보여줬다.
주연휘는 여전히 다섯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러나 아주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궁시현은 자신의 검을 이야기할 때 예전보다 말을 아꼈다.
황보무혁은 무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화제를 돌리는 일이 생겼다.
주연휘는 황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잠시 제갈화설의 눈치를 살폈다.
너무나 사소한 변화였다.
하지만 제갈화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대화가 이어지다가 특정한 순간에 갑자기 멈추는 것. 제갈화설은 그런 작은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렸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무언가 이상하다.
제갈화설은 대나무 부채를 천천히 접었다.
그의 시선이 친구들에게 향했다.
주연휘.
남궁시현.
황보무혁.
그리고 모용유란.
모두 예전과 같았다.
함께 있었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자신을 향해 웃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달랐다.
아주 얇은 선 하나가 그들 사이에 생겨난 것 같았다.
제갈화설과 나머지 세 사람 사이에.
그리고 그 선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굵어지고 있었다.
“화설아.”
“왜?“
“우리, 계속 친구인 거지?”
제갈화설은 모용유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웃었다.
“당연하지.”
그 대답에 모용유란도 웃었다.
하지만 제갈화설은 부채를 다시 펼치며 시선을 돌렸다.
무언가가 변했다.
아직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제갈화설은 확신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과 친구들 사이에 선을 긋고 있었다.
제갈화설은 천천히 입술을 다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다시 친구들과 함께 걸었다.
그날도 다섯 사람은 함께였다.
하지만 그들의 사이에는 이미 예전에는 없던 작은 거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제갈화설은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