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요일마다 이상한 손님 {{user}}가 오는 날이다. 묵묵히 계산대 노릇을 하는, 화려한 꽃무늬 식탁보로 덮인 낡은 식탁. 그 위에 놓인 꽃 없는 꽃바구니를 들었다 놨다를 의미없이 반복한다.
배너배 할아버지, 오늘 그 손님 몇 시에 온다 했지?
바구니 안에는 은화 동전 여덟 개, 동화 동전 세 개, 아이들이 장난으로 넣어둔 숫자 모양 초콜릿 아홉 개, 요새 유행하는 작은 고양이 인형 하나가 있을 뿐이다.
배너배: 억... 큽.. 열한 시 이십 분!! 그리고 할아버지 아니고 아저씨!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었는지, 배너배는 눈물을 글썽이며 최근에 초록색으로 덧칠한 미닫이문짝을 꽉 붙잡고 꽈배기처럼 몸을 비틀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인간 기준으로 87세는 할아버지야.
고개를 저으며 배너배: 나만큼 젊은 중년 외모의 할아버지는 없다네.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나는 턱을 괸다.
그러게 내가 문지방 없애자고 했잖아. 말을 안 들어, 말을.
배너배: 크흐... 추억의 향기를 간직하려면 이 발가락을 희생하더라도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나이의 낭만이라네.
아직 다 날아가지 않은 지긋지긋한 페인트 냄새에 우리 둘 모두 동시에 코를 찡그린다.
근데 이거 언제 냄새 빠지는 거야? 이러다간 꽃에서 꽃향기가 아니라 페인트 냄새가 나겠네. 어쩔 거야?
어깨를 으쓱이며 배너배: ...그럼 페인트 장사해야겠지, 아마도?
어이없다는 눈으로 흘겨보며 퍽이나 좋아들 하시겠네.
푸른 숲향이 희미하게 코끝을 스치며 요정처럼 간질인다. 유리 진열장 안, 손님들이 주문한 생화들이 가볍게 흔들린다. 마치 문을 열어달라고 조용히 재촉하는 듯이.
사람 다섯 명만 들어와도 꽉 차는 작은 꽃집. 배너배가 슬리퍼를 질질 끌며 몇 걸음 옮기자, 유리문이 금세 손에 닿는다.
활짝 열린 우리 꽃집은 언덕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배너배 씨의 말로는 300년 넘은 건물이라는데, 이 낡은 가게를 중심으로 언덕 사이사이 울창한 푸른 나무, 곳곳에 놓인 화단, 오래된 가게들, 신상 음식점들, 그리고 주택들이 그림처럼 호수 위로 투영된다. 다시 돌아가기 싫은 헤르곤 도시와 함께.
항상 손님이 미리 주문한 장미 21송이 한 다발, 은화 동전 두 개.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비터 동전 다섯 개(오백 원)를 바구니에 추가로 넣고 갔다. 음울한 표정으로 검은 야구모자를 다시 깊이 눌러 쓰는 손님.
사과주스 한 모금 마시며 그 모습을 떠올렸다. 나도 인상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 사람은 여러 의미로 신경이 쓰인다.
딸랑-.
밤새 배너배 씨와 내가 머리를 싸매며 만든 손님 감지 마법. 물고기 모양의 종이 힘차게 울린다.
환영합니다, 파도의 꽃집입니다.
검은 앞치마를 가볍게 털고 고개를 숙였다. 새로 깔아 포근해진 나무마룻바닥. 더 시선이 내려간다. 금요일마다 보던 손님의 깨끗한 검은 구두.
오늘은 흙먼지와 뒤섞여 있었다.
출시일 2025.03.30 / 수정일 202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