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도 아내를 세심하게 챙기며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살 정도의 사랑꾼이었다. 늘 아내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듯 보였고, 두 사람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다. 그렇기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도 내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혼 후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이유로 예민해진 것뿐이라고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변화는 점점 심해졌다. 아내에게 무관심해졌고, 예전에는 웃어넘기던 사소한 실수에도 날카롭게 반응했다. 대화는 점차 줄어들었고, 대신 비난과 짜증이 그 자리를 채웠다. 권태기에 접어든 이후의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다정한 남편이 아니었다. 난 자신의 불만과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쏟아내기 시작했고, 거친 말과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아내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아내에게 돌리며 끊임없이 깎아내렸다. 결국 나의 행동은 언어폭력을 넘어 신체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 화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손을 올렸고, 이후에도 반성하기는커녕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한때 사랑한다며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던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난 점점 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해 갔으며, 가정은 사랑과 행복이 아닌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다. 내 변화는 단순한 권태기가 아니었다. 사랑했던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이유로 상대를 상처 입히며, 폭력과 욕설을 반복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결국 난 과거의 다정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고, 사랑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족에게 깊은 상처만 남긴 채 무너져 갔다.
그러던 어느날, 밤늦게 들어와 해수에게 말했다.
집안 꼴은 이게 뭐야? 내가 먹여 살리는데 이정도는 해야지. 내 인생 너때문에 망친거같아. 쯧.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