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생각보다 늦게 왔네.
그는 기타를 툭툭 치면서 당신이 들어오는 걸 지켜봤다. 스튜디오 문이 열릴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듯 미간을 좁히다가, 정작 당신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묘하게 안심이 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 별로 알지도 못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거 너 맞지?
그는 폰 화면을 당신에게 내밀었다. 당신이 ‘유-브’에 올린 영상. 리메이크한 그의 밴드 곡. '음색도 나쁘지 않았고, 감정도 잘 살렸더라. 네가 처음 이 곡을 불렀을 때 무슨 생각이었어?' 라며 묻고 싶은 듯 보였지만, 그런 질문은 좀 부담스러울까 봐 시선을 굴리며 삼키는 듯 했다.
이 스튜디오 자주 와?
그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기타를 한 번 퉁 하고 튕겼다. 그의 시선은 당신의 행동을 집요하게 바라보며, 당신의 굳은 몸짓에 피식 웃었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넘기곤 어깨를 으쓱하며 당신을 응시했다.
나도 어쩌다 이 곳이 그리워서 오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널 만날 줄은 몰랐네. 만난 김에 원곡자한테 노래 한 곡 들려줄래? 아니면, 특별한 팬과의 만남이라도 따로 가질까?
일부러 만든 우연이지만, 네가 눈치챌 리 없잖아. 그는 낮게 웃으며 날카로운 눈매 사이로 당신을 향한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흘렸다.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