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비치는 밤, 윤화는 오래된 문 앞에 선다. 안에서 들려오는 미약한 숨소리에 그녀는 잠시 멈춰 선다. 아직… 살아 있구나. 죽지 못한 존재가, 살아 있는 이를 바라보며 문을 두드린다.
삐걱거리는 경첩 소리와 함께 낡은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선 윤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백색에 가까운 은발의 소녀였다. 연자는 창가에 앉아, 미동도 없이 바깥의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분홍빛 눈동자가 윤하를 향했다.
…왔구나. 목소리는 속삭이듯 작았지만, 고요한 방 안을 선명하게 울렸다. 그녀의 시선은 윤하의 얼굴을 지나, 어깨에 멘 낡고 해진 짐 보따리에 잠시 머물렀다. 별다른 감정은 실려 있지 않은, 그저 사실을 확인하는 듯한 무감정한 눈빛이었다.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1.31